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포럼] 북한 4차 산업혁명 의외로 `수준` 높은 듯](http://contents.dt.co.kr/images/201704/2017041002102251043001[1].jpg "[포럼] 북한 4차 산업혁명 의외로 `수준` 높은 듯")
4차 산업혁명이 많은 사람에게 화두가 되고 있다. 언론 보도, 칼럼, 출판, 강연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나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도 '북한식 4차 산업혁명'을 잘 추진하고 있어서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1·2·3차 산업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1·2·3차 산업혁명은 한 분야의 기술로 인한 혁명이지만, 4차 산업혁명은 여러 첨단기술들의 '융합혁명'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만이 4차 산업혁명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여러 분야의 첨단기술들이 한꺼번에 융합하고 발전하는 혁명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은 기술융합과 비즈니스혁명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북한에서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북한식 4차 산업혁명'을 적극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
북한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나라다. 3대째 권력 세습이란 점이 특이하고, 최악의 경제 여건 속에서도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여러 나라를 긴장시키곤 한다. 그러나 북한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군의 기술력을 민간에 적용하고 확대해서 4차 산업혁명의 길을 걷고 있다.
북한은 컴퓨팅 기술을 기계에 결합한 '지능화 공작기계'를 통해 제조 정밀도를 높이는 '북한식 4차 산업혁명'을 추진 중이다.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컴퓨터수치제어) 기반이 없이는 불가능한 융합기술의 산물이며, '온나라 CNC화' 정책을 통해 CNC를 전 산업에 확산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북한식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IT강국에로의 단번도약전략'(1999년), 'CNC화전략'(2009년) 등을 통해 2010년에 세계적 수준의 CNC공작기계인 9축선삭종합가공반과 유연생산세포, 평양무인전선공장을 완성시켰고, IT와 CNC기계산업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거두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2013년 평양에는 첫 무인공장 '326전선공장'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무인경영시스템을 갖춘 버섯공장이 등장했다. 북한의 무인공장시설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은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인공장을 자주 외부에 공개한다. 326전선공장을 둘러본 이들에 따르면 공장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조종실에만 일부 인력이 근무할 뿐 생산 전 과정이 자동화 과정을 거친다.
북한은 경제, 과학기술의 체계가 남한과 많이 달라서 우리의 현실에 그대로 대비해서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하게 되면 많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수년간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을 유망 분야라고 해서 집중 육성하려고 했다. 이들 분야는 미국 기업들이 이미 세계 시장을 장악한 분야임에도 뒤늦게 경쟁력 없는 정책을 집행하면서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유망 분야를 찾아서 육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정부가 할 일은 공정한 룰을 만들어서 기업들이 자율경쟁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불공정한 룰을 만들어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도태시키고, 기술력이 없거나 적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도록 놔두면 안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대한민국의 ICT는 발전했지만 퇴보한 측면도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절한 대비 시기도 놓친 것으로 판단된다. 차기 정부에서는 5G(5세대 이동통신)나 핀테크와 같은 우리나라에 맞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한국식 4차 산업혁명'을 잘 추진해야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