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시론] 로봇산업, 15년간 제자리걸음인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704/2017040602102351607001[1].jpg "[시론] 로봇산업, 15년간 제자리걸음인 이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발간한 '2015 산업기술수준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로봇산업에서는 0.7년의 기술 격차를 두고 우리나라가 중국을 앞서고 있다고 한다. 최근 Robotics Business Review(RBR)에서 상업적 성공, 혁신, 그리고 영향력을 기준으로 전 세계 대표 로봇기업 50개를 선정했다. 이 중에 아시아에서만 7개 기업이 선정됐는데 중국 2개 기업(드론의 DJI와 산업용로봇의 Siasun)이 포함돼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중국에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업체 독일 쿠카(KUKA)를 인수한 가전기업 메이디도 있다. 지금도 중국보다 앞서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로봇산업을 국가 10대 성장동력의 한 분야로 선정하여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 과감한 투자를 해왔는데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로봇을 잘하는 나라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15년 전, 기존산업은 취약했지만, 우리나라가 로봇을 잘할 수 있는 이유는 많았다. 로봇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였으며, IT기술과의 융합을 가장 잘할 수 있었으며, 로봇이 가지는 복잡성을 다룰 수 있는 똑똑한 인재들이 많았으며, 국가 차원의 큰 관심과 과감한 지원이 있었다. 무엇이 잘못돼 왔는지 알기 위해서 지난 15년간의 노력의 문제점들을 요약해본다.
첫 번째, 좋은 국가적 전략과 계획이 없었다. 참여정부 시절, 산자부, 정통부와 과기부의 주도권 경쟁 속에서 만들어진 산만한 정책이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그 정책은 어떤 로봇을 해도 사람들은 그 로봇을 좋아할 것이니까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무모한 자신감, 국가의 로봇 총역량과 자원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에 분산시켜야 한다는 정치를 바탕으로 한다. 더 깊이 있게 분석해보면 누가 해도 다 똑같다는 생각이 중심에 있다. 그 결과 선택과 집중의 노력은 찾기 어려웠다.
두 번째, 실용보다는 로봇의 허상을 더 추구했다. 사람을 대신하는 교사보조 로봇, 소셜 로봇들이 대부분 그렇다. 그리고 이벤트성으로 추진하는 사람 흉내를 내는 로봇들도 이에 속한다. 허상과 이벤트성 모두 작은 시장을 가질 수는 있지만, 실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 실용은 로봇이 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과 인간과 로봇의 역할분담이 완성된 다음에 온다. 현재에도 로봇이라면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잘해야 하고, 또 잘할 거라는 잘못된 인식이 우리 사회를 사로잡고 있다.
세 번째,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목적)보다는 로봇이라는 수단에 집중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하다 보면 로봇의 수요가 발견되고, 로봇의 개발 사양이 결정되는데, 먼저 수단에 해당하는 로봇을 만들어 적용하면 더 나은 세상이 된다고 믿었다. 목적은 로봇을 사용할 인간과 사회, 그리고 시장과 기업의 역할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목적이 요구하는 큰 도전의 어려움을 회피하면서, 과거의 실패로부터 위로받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는 더 많은 기술(수단)개발을 하려고 한다.
네 번째,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은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했다. 비전문성은 원만한 인간관계로 포장됐다. 누구한테도 싫은 소리 하지 않고 듣고 싶어도 않았다. 과장과 허구에 대한 분별력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끝없이 논쟁하면서 효과적인 결론을 만들어 내는 스마트한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로봇과 로봇산업의 특성 그리고 우리 기술과 시장 수준에 맞는 적합한 정책의 개발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우지 못했다.
5월에는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것이다. 내년이면 종료되는 로봇산업육성 특별법이 연장된다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 이제는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려 하지 않는 게으른 정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현시대에 맞추어, 로봇과 우리나라의 조화로운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기술의 빈틈없는 종합을 요구하는 로봇기술과 복잡한 구조의 시장 창출은 절대 쉽지 않다. 올바른 목적, 스마트한 방법과 꾸준한 노력이 성공을 만든다. 그동안 잘못된 접근을 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성장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젊은 연구원들이 중심이 되어 올바른 목적과 스마트한 생각만이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그래야만 우리나라도 로봇을 통한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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