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뉴스와 콩글리시]`샌드백` 신세가 된 롯데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4-05 18:00
[2017년 04월 06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뉴스와 콩글리시]`샌드백` 신세가 된 롯데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참 무능한 정부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무차별적으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두 손 놓고 있으니 무기력하고 한편 비겁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이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프로급인데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아마추어라고 비판한다.

"최근 한국 외교는 사면초가다. 국제사회는 어느 때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다. 경제에는 자유무역주의가 쇠퇴하고 신중상주의(neo mercantilism)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이데올로기나 가치동맹을 떠나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다." 황병태 전 중국대사의 말이다(동아일보, 2017. 3.27).

중국의 사드 보복은 치밀하고 조직적이다.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 관광을 막았고 한류 금지에 이어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상영을 불허했다. 이 달 16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7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 일부 한국영화가 초청받았으나 중국당국의 제지로 상영되지 못할 전망이다. 작년에는 이민호, 김우빈 등 우리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영화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한령(限韓令)에 이어 영화 분야까지 확대됐다. 배우 하정우가 중국의 출연제의를 받고 여배우 장쯔이와 함께 찍기로 했던 '가면'도 무산됐으며 지난해 한국영화는 단 한 편도 중국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이처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우리의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4개월째 '검토 중'이라니, 아무리 권한대행 체제라고 해도 "이게 정부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 많은 기업 가운데 유독 롯데그룹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했다 하여 중국 내에서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매일경제는 '사면초가 롯데'라는 기획기사를 두 차례 실었다(2017. 3. 28, 29). '정부의 사드용지 요구, 누가 거절할 수 있나… 샌드백 롯데'가 첫날의 제목이다. 중국의 롯데 때리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하다.

이 때문에 신문은 샌드백(sand bag)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소방점검, 영업중단, 비자발급 거부, 공장가동 중단, 벌금부과, 불매운동, 시설파괴 등 중국의 전방위 압력에다가, 국내적으로는 검찰 수사, 최순실 게이트 연루, 총수의 출국금지, 정부의 대중국 저자세, 시민단체의 사드철회 압력 등 시련의 계절이 계속되고 있다.

내우외환 속에 앞뒤로 당하고 있는 상황을 샌드백(sand bag)에 비유하고 있다. 샌드백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복싱 연습 장면을 떠올린다. 그 탓에 동네북 같은 처지를 샌드백 신세라고 흔히 말한다. 샌드백은 글자그대로 모래주머니다. 홍수에 대비해서 방뚝에 쌓아둔다든가, 폭설이 내렸을 때 도로에 살포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모래주머니다. 복싱선수가 연습 상대로 삼는 '무거운 가죽 백'은 샌드백이 아니라 영어로는 '펀치 볼(punch ball)'또는 '펀칭 백(punching bag)'이라고 한다. 펀치 볼은 스프링(spring)에 묶어놓은 무거운 가죽 볼(a heavy leather ball)이고 펀칭 백은 줄(rope)로 매달아놓은 무거운 가죽 백(a heavy leather bag)으로, 둘 다 복서의 연습용 도구다. 우리가 동네북 신세를 비유해서 말할 때는 샌드백이 아니고 펀칭 백(punching bag)이라고 해야 한다.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도어매트(doormat)가 있다. 현관에 놓여있는 발깔개가 도어매트 아닌가. 도어매트는 이 사람 저 사람 밟고 다닌다. 여기서 여러 사람에게 얻어터진다, 또는 짓밟힌다는 뜻이 생겨났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전승절 기념식에 가서 단상에 나란히 서 있었다고 중국이 우리의 우군은 아니다. 롯데의 사드 잔혹사를 보면 중국은 소아적(小兒的) 대국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막무가내식 제재를 가하는 중국에 대해 지금껏 우리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주중대사가 항의 편지 한 장을 달랑 보낸 것 뿐이라니, 가히 무정부상태가 아닌가! 노르웨이, 몽골, 홍콩, 대만 등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었는가? 중국만 바라보는 비즈니스를 벗어나야 한다. 한류가 그렇고, 관광이 그렇고 면세점이 그러하다. 시장의 다변화를 강구하고 외교적 힘을 키워야 한다. 중국의 졸렬한 조치를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성토할 수 있도록 우리의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게임 콘퍼런스
연예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