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잉여자금 70.5조
전년보다 23.7조 급감
4년만에 최소규모 기록
전년보다 23.7조 급감
4년만에 최소규모 기록
지난해 가계의 여유자금이 대폭 줄어 4년 만에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국민이 주택구입에 많은 돈을 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의 여유자금은 세수 증가에 힘입어 9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6년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70조5000억원으로 전년(94조2000억원)보다 23조7000억원이나 줄었다. 가계는 일반가계 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포함한다. 비영리단체는 소비자단체, 자선·구호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학술단체 등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 비영리단체를 의미한다.
가계의 여윳돈은 2010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다 6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규모는 2012년(69조5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잉여자금은 예금이나 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여윳돈을 뜻한다. 같은 해 가계가 운용한 자금은 213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9조5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조달한 자금은 11.1%(14조3000억원)나 증가한 143조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호조 등의 영향으로 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박동준 한은 경제통제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가 지난해 신규주택을 구입하느라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을 많이 했다"며 "여유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운용자금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은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주거용 건물 투자액은 91조8000억원으로 2015년보다 22.9%(17조1000억원) 늘었다. 금융자산을 줄여 실물자산을 늘린 셈이다.
가계가 집 장만하느라 빚을 내 여유자금이 줄어드는 동안 정부의 잉여자금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34조원으로 전년(20조100억원)보다 13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세수 징수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국세수입은 역대 최대 규모인 24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4조7000억원이나 급증해 2007년 23조원 증가한 이후 역대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비금융법인)의 순자금조달(조달-운영) 규모는 9860억원으로 2015년의 7.7%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는 1973년(1조990억원) 이후 43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국내 공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부채를 줄이면서 순자금조달액이 축소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81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조원 줄었고 운용자금 역시 80조6000억원으로 19조6000억원 감소했다. 조달자금 감소는 영업이익이 늘어난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는 추세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해 말 총금융자산은 1경5439조3000억원으로 2015년 말보다 5.8%(843조원) 증가했다.
문혜원기자 hmo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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