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겸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원
![[DT광장] 대통령의 자격](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2802102351036001[1].jpg "[DT광장] 대통령의 자격")
1년에 두 차례 내지는 세 차례에 걸쳐 지역종합복지관을 통해 어르신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라는 것이 종합복지관을 청소하거나, 홀몸 노인 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밑반찬이나 도시락을 배달하는 정도이니 큰 봉사활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
몇 일 전 서울 동작구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꽤 높은 비탈길 위에 사시는 어르신에게 밑반찬을 전달하기 위해 바퀴 달린 가방을 열심히 끌고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꽃샘추위에도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왔다.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면 대답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부재중일 때가 있지만 사실은 귀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초인종 소리를 못 듣거나 거동이 불편해 현관까지 나오기가 어려워 현관에 걸어놓길 원하시는 메모가 있는 경우도 있다.
종종 문을 열고 나오는 어르신 중에서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고 서 있기조차 어려운 분이 있다. 그런 어르신의 대부분은 혼자다. 즉 돌봐주시는 이가 없다. 불 꺼진 작은 집 TV브라운관의 불빛 속에서 왜소하게 앉아 TV를 응시하는 어르신을 보면 어두운 동굴 안에 혼자 갇혀있는 듯한 고독한 느낌마저 들곤 한다. 어르신 중 일부는 집에 자원봉사자가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데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라고 한다.
간혹 말동무가 필요하신 어르신은 '고맙다'고 하면서 또 '줄게 없어 미안하다고'하면서 작은 요구르트 하나를 작은 냉장고에서 꺼내 준다. 그 작은 냉장고마저 비어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국가의 존재 이유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곤 한다.
12년 전 영등포 지역 홀몸 노인을 대상으로 말벗 자원봉사를 한다는 소개팅녀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려서 백년해로하고 있다. 자원봉사가 끝나고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집에 가서 아내에게 정말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어르신은 미래의 모습이고,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차기 대선 국면으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개헌이니, 정치 개혁이니, 통합이니 많은 거대담론이 이야기되고 있다. 외환 위기(IMF)는 단기적 비상상황이었지만 현 경제 위기는 고착화된 경제위기로 IMF 이상의 경제 위기라고 한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이 엄중한 시기에 인수위 과정 없이 바로 국정을 운영해야한다.
문재인 후보가 대표적 경제통인 이용섭 전 장관을 단장으로 '비상경제대책단'을 발족해 매주 비상경제현안에 대해서 세밀하게 점검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대선후보도 비상경제시국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어르신은 사람이 그립고 정이 그리워서 처음 보는 필자와 얘길 나누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분들과 따뜻한 대화를 하기보다는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인증샷을 찍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정치인이나 유력인들을 TV에서 보면서 우리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그들이 외면한 오늘은 다시 우리의 미래가 될 것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거대담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서민과 어르신의 텅 빈 작은 냉장고 안을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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