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범죄사실 추가 가능성
이재용 부회장 등 대부분 구속
지목된 공모자와 형평성 고려도
이재용 부회장 등 대부분 구속
지목된 공모자와 형평성 고려도
■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검찰이 27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의 중대성, 형평성 문제 등 사안의 엄중함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 기존에 알려진 혐의만 13가지에 달한다. 13개 혐의 외에 죄명이 추가되거나 새로운 범죄사실이 덧붙여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0∼1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등을 공모한 피의자라고 보고 8가지 혐의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을 적용해 5개 혐의를 추가했다. 특검이 산정한 뇌물액은 뇌물과 제3자 뇌물을 합해 433억원(실제 수수액 298억원)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외에도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일부만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중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증거 인멸 가능성과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박근혜)가 대부분의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며 수사에 응하는 박 전 대통령의 태도 역시 구속영장 청구 결정의 배경이 됐음을 시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특검 수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달 21일 진행된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적용된 13가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원 규모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선 최씨가 금품을 받은 점을 알지 못했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부분에 대해선 출연을 직접 요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모자로 지목된 다른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 기소된 점도 구속영장 청구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기업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하도록 압박한 혐의를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SK·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보강수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두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고, 이 돈이 뇌물인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일부 대기업의 경우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와 정황상 출연금과 민원 해결 사이의 대가 관계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라는 '조기 결단'을 내린 것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선일이 5월 9일로 확정됨에 따라 각 정당은 내달 초 후보를 정하고 14∼16일 후보자 등록을 거쳐 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 가 차기대선구도와 여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정기자 lmj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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