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대선 주자들의 `데블스 에드버킷`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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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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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수 칼럼] 대선 주자들의 `데블스 에드버킷`
예진수 선임기자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퇴임시 사진에는 흰머리와 주름이 부쩍 늘어 있었다.

임기를 조기 마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피부가 더 좋아졌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사실 한국의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 등에 비하면 업무가 한가한 편이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처럼 대형 사고가 터져도 관계 장관에게 "빨리 확실한 대책을 세워라"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은 통합의 리더십과 강철같은 의지는 물론 위기를 타개할 창의적 방법론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변화 시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 상태로는 단 한해도 더 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경제계를 엄습하고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 사태 등으로 부산, 울산, 경남 등의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폐업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임진왜란 때 이후 처음 만나는 대란이라고 할 정도다. 6.25 전쟁도 비켜갔던 경남 지역의 위기는 '대한민국 제조업 붕괴'의 불길한 전조일 수 있다. 차기 대통령의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차기 정부의 시행 착오는 엄청난 재정 낭비 초래하고 대한민국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릴 것이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온 정치 경제와 문화, 제도가 낡을대로 낡았기에, 운명을 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개혁의 피드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일 때 따르는 부작용은 감당하기 어렵다.

'호리지실 차이천리'이다. 처음에 털끝 만큼 잘못해도 나중에는 천리의 과오로 나타나게 된다. '적폐 청산'이라는 정책 목표는 원대하지만 실행력이 없을 때 대통령은 개혁독재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대선 주자들이 유권자에게 달콤한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며 진영논리에 매몰되어선 안되는 이유이다. 대선 공약은 발전성·재원·실효성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초단기 대선 정국에서 대선후보들의 국정 수행능력을 검증할 시간이 많지 않다.

5월 9일 대선 바로 다음날 19대 대통령이 취임한다. 2개월여의 정권 인수위원회 기간도 생략된다.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설익은 공약이나 선거공학상 어쩔 수 없이 내놓았던 정책조차 걸러질 시간이 없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악마의 대변자)이다. 정책 시행에 앞서 열린 논의가 이뤄지도록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국정방향과 정책 곳곳에 도사린 암적인 문제를 질타하는 방식이다. 주변에 모인 사람 중에서 주요 정책의 문제를 파악해 직언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선 주자들은 데블스 에드버킷을 활용한 자체 검증을 실시한 뒤, 집권 초반 100일에 강력히 밀어붙일 수 있는 실행력 있는 정책을 도출하기 바란다.

차기 정부에서 실행해야 할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부채 감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81만개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과연 검증이 되었는가. 당 내부의 데블스 에드버킷이 큰 정부론의 허점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차기 정부는 부채 재앙에 휘말릴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10년을 일하면 1년을 쉴 수 있는 '전국민 안식제', 이재명 성남시장이 내놓은 기본소득제 등도 마찬가지다. 다른 복지 지출을 놔둔 채 인기영합적 복지 지출을 쏟아내면, 국가 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부실한 집권 플랜을 확 뜯어고칠 수 있는 '열린 소통 시스템'이 차기 정부의 성패를 가른다. 정책을 자체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견과 직언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차기 대통령후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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