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손실·경제적 타격 등
이유로 파산 막을 책임 주장
2015년 자구노력과 '판박이'
"차기정부에 폭탄 넘기는 꼴"
정상화후 M&A로 '빅2'전환
정부방안 역시 현실성 없어
단순 연명은 저가수주 귀결
조선업 수익성 저해 지적도
이유로 파산 막을 책임 주장
2015년 자구노력과 '판박이'
"차기정부에 폭탄 넘기는 꼴"
정상화후 M&A로 '빅2'전환
정부방안 역시 현실성 없어
단순 연명은 저가수주 귀결
조선업 수익성 저해 지적도
대우조선에 2.9조 혈세 지원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정부가 23일 내놓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은 기존 대책의 '재탕·삼탕'이라는 평가다. 2015년 10월 정부와 산업은행이 내놨던 대우조선의 자구노력과 '판박이'인 반면, 이 회사의 부실을 떠안아야 하는 대상은 시중은행과 사채권자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정부는 채권단의 손실 확대와 경제적 타격 등을 이유로 대우조선의 파산을 막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부실을 더욱 키워 차기 정권에 '폭탄'을 떠넘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은 수주부진이 좀더 장기화하고, 대우조선이 안고 있는 위험요인을 모두 노출해 극히 보수적 관점에서 마련했다"고 지원 대책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신속하게 추진 △해양플랜트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상선·방산에 중점 △원유시추선·플로팅도크(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바지선 형태의 대형 구조물)·해상 크레인·자회사 조기 매각 △총 인건비 25% 추가 감축 △내년 상반기까지 인력을 9000명 이하로 축소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1년 5개월 전에 발표했던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평가다. 당시 정부와 산은은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며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비중을 40%로 축소하고, 인력을 1만명 이하로 줄이는 등 외형 축소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자구안 규모는 1조85000억원보다 3조4500억원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지난해 6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제시한 금액과 같다. 대우조선이 지난해 11월 추가로 내놓은 7000억원을 더하면 자구안 규모는 총 6조원이 되는데, 이행률은 30%에 그치는 실정이다. 대우조선이 2018년 이후 정상화하면, 인수합병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빅2' 체제로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방안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선소들이 생산능력과 인력 등을 축소하고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 덩어리인 대우조선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조선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 대책이 '부실 폭탄'을 키우게 되는 꼴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조선 업황이 점차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우조선이 회복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실제 조선업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할 조짐을 보이면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64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적자 규모가 1400억원대로 전년(1조5000억원대)에 비해 대폭 줄었다. 반면 대우조선은 1조6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며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부실 사태 이후 빅3 조선소가 일제히 자구노력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냐"며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고도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것을 보면 추가 지원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의 연명으로 조선업 업황 개선이 더디게 전개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 재무건전성이 나빠 수주 후보군에도 잘 끼지 못하고 있고, 선박 인도도 미뤄지는 등 일감 확보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 가능한 선택지는 결국 '저가수주'밖에 없다"며 "가격경쟁 구도로 가면 대우조선의 부실을 키우는 것은 물론 다른 조선소도 수익성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권 전문가들 역시 부실의 근본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대우조선이 당장 도산하면 최대 59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삼정회계법인의 추산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보다 청산가치와 계속기업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2015년 유동성 공급 뒤 부실이 재발한 점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현 정부와 금융당국이 경제적 피해를 볼모로 지원대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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