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한국경제 추락 막는 길](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2302102351607001[1].jpg "[시론] 한국경제 추락 막는 길")
지금 우리경제가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나 2008년의 세계경제위기 때보다도 더욱 심각한 불황국면에 접어들게 된 것은, 대외경제여건의 악화보다는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부터 취해진 투기적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전략 등 잘못된 경제정책과 우리 주력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부채질한 잘못된 산업정책 등 정책실패가 그 주된 요인이다. 이에 더해서 최근까지 진행된 전대미문의 청와대발 부패스캔들은 실질적인 무정부상태를 초래하며 우리경제의 위기국면을 더욱 심화시켜왔었다.
최근 헌재의 탄핵인용으로 우리경제의 추락을 가속화시켜왔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제거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위기요인들은 여전하다. 첫째는 잠재적으로 200만 가구 이상을 신용불량상태로 빠뜨릴 수 있는 금융불안의 원인인 총 1400조 규모의 가계부채문제다. 특히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계속되면서 자본유출압력에 의해 우리금리도 인상될 경우, 채무상환불능에 빠지는 가계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계부채문제는 주지하다시피 투기적 부동산경기활성화를 통해 단기간에 경기회복성과를 보이고자 했던 박근혜정부의 근시안적 포퓰리즘정책의 결과다. 한편 외국인투기자본들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보다는 한국에서 가계부채에 의해 발생가능한 금융위기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는 만큼, 성급한 금리인상조치보다는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가계소득증대정책이 더욱 절실하다.
둘째는 최근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THAAD)의 한반도 도입과 관련해 시작된 중국의 경제보복은 관광산업에서 전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그 동안 한국경제의 대중국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았던 결과, 최근의 중국의 경제보복조치의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어, 중소여행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 걸친 자영업자들의 도산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경제위기 역시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이 자초한 위기다. 돌이켜보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모두 북한과의 관계악화가 보수정권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대북지원중단 및 남북경제교류중단 등의 조치를 확대해 북한의 군사도발을 더욱 촉진시키면서 최근의 위기로 이어졌다. 또한 이렇게 박근혜정부가 자초한 안보위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위협억제를 위해서 가장 주요한 수단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임을 고려한다면, 사드를 포함한 다양한 대북억제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협력 및 논의는 당연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정책실패가 최근의 사드보복사태를 자초했다. 하여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북한의 위협억제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평화통일기반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나라의 최대교역상대국인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설상가상으로 올해 출범한 미국 트럼프정부의 보호무역정책과 한미FTA재협상을 포함한 대한 통상압력은 이미 한국산 철강과 변압기, 화학제품 등에 대한 파상적 반덤핑관세부과조치로 현실화되면서 우리기업의 수출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당초 한미FTA를 통해 양국간 자유무역정책기조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는 간 곳없고, 미국이 일방적인 보호주의조치들을 확대시키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사면초가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되고 있는 보호주의압력은 비단 한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고,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는 모든 주요교역상대국을 대상으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향후 더욱 심화될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우리정부는 사드배치정책과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즉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정부의 접근은 매우 단기적인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접근이기에,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또한 미국의 보호무역압력의 상대국이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독일, 멕시코 등 모든 대미 무역흑자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다자간 접근을 통해 자유무역정책기조를 확산시키는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다자간 노력에 앞서서 사드배치과정과 같이 과도한 정책양보를 통하여 향후 우리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수출주력산업을 포함해서 4차산업혁명을 통한 미래산업에서 기술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엉뚱한 토목산업육성정책과 박근혜정부에서는 고부가가치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한 구체적 정책목표도 없이, 창조경제란 이름만 있고 실체가 없었던 정책실패의 결과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거창한 수사학 이전에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미래산업에서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정책노력에 주력하는 것이, 우리경제의 추락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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