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경찰버스서 피어난 `스티커 군락`](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23021022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경찰버스서 피어난 `스티커 군락`")
장장 92일간 게속돼온 촛불과 태극기의 대립도 지난 10일 헌재의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한마디로 막을 내렸다.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때마다 경찰버스에 붙여놓은 '꽃 스티커'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차 촛불집회에 이어 3일 열린 6차 집회에서도 시민들은 경찰버스에 꽃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였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집회를 '기념'했다. 집회 때마다 경찰버스에 붙여진 스티커를 떼는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의경의 메모도 눈길을 끌었다. "스티커 떼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조심하세요"(아주경제, 2016. 12. 3).
거친 플래카드가 난무하던 시위 현장은 경찰버스에 꽃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평화와 예술의 경지로 승화됐고 과거에 흔히 있던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꽃 스티커는 화가 이강훈씨가 저항과 평화의 의미를 담아 경찰버스 외벽을 꽃으로 채우자는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됐다. 4차 촛불 집회 때 처음 등장했고 예술 클라우드펀딩을 통해서 제작비가 모아졌으며 집회 현장에서 무료로 배포됐다"(국민일보, 2016. 11. 27).
사람들은 스티커를 왜 붙일까? 광고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요식업이 밀집해 있는 강남구 논현동 먹자골목의 스티커는 인력 소개, 이삿짐, 대출, 휴대폰 소액결제 등 소시민을 위한 생활광고가 압도적으로 많다. 크고 작은 공사현장에도 스티커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노무직을 임시 조달해서 쓰는 공사장의 '헤쳐 모여' 특성상 일손 찾는 안내문들이 눈길을 끈다. 학교 주변의 안내판에는 하숙생 구함, 원룸, 투룸 등 '방 있습니다' 광고가 압도적이다. 도시 주택 외벽이나 지하철 차량 밖이나 다리에 스프레이나 페인트로 낙서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소위 그래피티(graffiti) 작가들도 스티커에 동참하고 나섰다. "하나 둘 모여 군락을 이룬 스티커마다 무리에 속했다는 그들만의 만족감과 경쟁심이 공존한다… 스티커를 붙이는 것 자체를 예술행위로 보기도 한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 공간이 필요한 그래피티 작업에 비해 손쉽게 완성할 수 있는 인스턴트 예술이 스티커다"(한국일보, 2017. 3. 2). 특히 이런 현상은 홍대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티커(sticker)란 무슨 메시지나 좋아하는 글귀 등을 써놓은 종이, 천, 플라스틱 쪼가리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차량 범퍼에 붙인 Columbia University 또는 I Love NY 등이 그것이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 '왕초보' 따위도 눈에 띈다. 간혹 급한 일로 아파트나 빌딩 주변에 차를 세워놓으면 앞면 유리에 '불법주차 고발'이라고 붉은 글씨의 스티커를 부착해 놓는 곳도 있다. 이 걸 떼어내려면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한다. 우리는 교통경찰의 딱지를 스티커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은 "스티커를 뗐다(I got a ticket for speeding)"라고 말한다. 이처럼 경찰이 발부하는 교통범칙금납부고지서는 스티커가 아니고 티켓(ticket)이다. parking ticket, speeding ticket, traffic ticket 등처럼 쓸 수 있다. 티켓은 자동차 운전 중에 또는 주차 위반으로 발급하는 벌금 고지서다(an official notice that orders you to pay a fine because you have done something illegal while driving or parking your car).
스티커와 비슷한 표현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포스터(poster)다. 광고전단이나 알림 벽보인데 billposter라고도 한다. post가 우편, 우체국을 뜻하듯 동사로 post는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등에 글을 올리는 일을 뜻한다. label과 tag도 가끔 혼동하기 쉽다. 여행용 가방에 붙이는 이름표는 name tag이고, 상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는 price tag이다. 그렇다면 레이블(label)은 태그(tag)와 어떻게 다른가? 옷을 예로 들면 옷을 만든 섬유 종류를 설명해놓은 것 혹은 세탁 정보를 알려주는 천 쪼가리는 레이블이다. 이건 떼지 않고 옷을 입는다. designer label도 있는 그대로 둔다. 반대로 판지 등으로 만든 tag는 옷을 입기 전에 떼어 낸다.
참고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포스트잇(post-it)은 크고 작은 여러 사이즈의 종이의 뒷면에다 접착제를 발라놓아 쉽게 붙였다 뗐다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메모지 이름이다. 미국의 스리엠사가 개발한 상품명이다. 제임스 워드가 쓴 '문구의 모험'을 보면 문구의 역사는 '묶기' 아니면 '붙이기'다. 전자는 클립, 핀, 스테이플러로 대표되고 후자로는 풀,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이 좋은 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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