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으로 준비기간 짧아
과거 프레임 답습 가능성도
과감한 네트워크 투자 어려워
"4차산업혁명 시장 선도 위해
ICT진흥 활성화 정책 세워야"
과거 프레임 답습 가능성도
과감한 네트워크 투자 어려워
"4차산업혁명 시장 선도 위해
ICT진흥 활성화 정책 세워야"
빨라진 대선시계, 5G 앞길 막는 포퓰리즘 <상>향후 투자 변수는
5세대(G) 이동통신 주도권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AT&T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르면 2018년 하반기 5G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우리나라 KT, SK텔레콤이 제시한 상용화 시점 2019년보다도 앞선 것이다.
5G는 LTE보다 20배 빠른 최대 20Gbps의 전송속도, 초저지연, 초다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VR·AR) 등에 필수 요소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으로 꼽힌다. 당초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제시한 5G 상용화 시점은 2020년이지만, 최근 국제 표준화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조기 상용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5G에 적극적인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이다. 미국에서는 버라이즌과 AT&T가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은 스포츠 이벤트를 계기로 5G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5G를 준비 중이며, 중국도 2020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52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2019년 5G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정작 통신업계에 5G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G의 관건은 결국 네트워크 투자다. 네트워크 구축과 5G 선도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LTE 상용화가 이뤄진 2011년과 2012년, 2013년까지 이통 3사는 매년 7조~8조원을 투입했다. 계속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해 지난해에도 5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5G의 시설투자 규모는 LTE 대비 1.5~2배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대선 정국에 들어간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해묵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이 되풀이될 경우 5G 투자는 어렵다는 게 통신 업계 주장이다. 다행히 이번 대선에선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 대비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투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표심'을 잡기 위한 통신비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이중적인 모습도 존재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일괄적 데이터 요금 인하에서부터 스타트업·벤처를 위한 데이터 요금인하, 2G·3G 가입자의 기본료 폐지 등 다양한 통신비 관련 공약을 거론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인프라 투자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조기 대선으로 준비기간이 짧아 과거의 규제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며 "매출, 수익성 정체를 겪고 있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한국은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력한 시장"이라며 "총선,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는 (요금인하 압박 등으로) 통신사들의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곳은 유럽(EU)이다. 한때 GSM 기술로 이통 시장 리더 역할을 해왔던 유럽 통신시장은 5년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유럽 통신사의 투자비가 매년 2%씩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2009년부터 북미와 아시아 이통 시장이 20~30% 성장하는 동안 유럽 시장은 오히려 6% 축소됐다. 또 우리나라에 LTE 전국망이 깔린 2013년에는 영국 LTE 보급률은 1%에 머물렀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유럽은 소매요금을 규제하지 않는 대신 접속료, 로밍요금 등 강력한 도매요금 규제가 존재한다"며 "규제가 오히려 혁신적인 서비스와 투자를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해서는 ICT 산업 진흥을 위한 투자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통신비 인하에 초점이 맞춰진 과거의 규제 패러다임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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