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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칼럼] 기업도 `NO`라 말하는 사회

이근형 산업부장 

입력: 2017-03-19 17:00
[2017년 03월 20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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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칼럼] 기업도 `NO`라 말하는 사회
이근형 산업부장
프랑스대혁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상징인 바스티유감옥을 시민들이 습격하고,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서슬 시퍼런 단두대 아래 세운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혁명의 시작 이후 시민사회의 혼란과 나폴레옹의 등장, 부르봉왕조의 부활, 다시 시민혁명과 나폴레옹 가문의 복귀 등 100년 가까이 구체제와 신체제가 갈등을 거듭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968년 '68 학생운동'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프랑스 사회는 민주주의를 둘러싼 전진과 후퇴를 계속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시적인 반동이 있었을지언정 한 걸음씩 앞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봄. 대한민국은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연인원 1600만명이 참여한 '촛불혁명'을 통해 지난 70여 년 간 발전해 온 민주주의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한국판 '앙시앙 레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시 프랑스처럼 전진과 반동 역사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승만 독재정권과 4.19 민주혁명, 박정희의 5.16쿠데타와 유신독재, 부마항쟁과 서울의 봄, 5.18 민중항쟁과 신군부 세력의 반동, 87년 시민 민주혁명과 민주 정권의 등장, 또다시 박근혜 정권의 탄생이라는 전진과 후퇴를 거듭했다. 이제 '촛불혁명'을 통해 해방 이후 친일파를 척결하지 않아 이어져 온 구체제의 역사와 단절을 할 시점이 됐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탄생 전후로 50여 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정경유착에 의해 굴곡진 역사, 재벌이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구 경제 시스템이 아직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때는 성장의 동력이었을지 모르지만 더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경제와 기업도 신체제를 세워야 할 시점이다. 잘잘못과 강압의 여부를 떠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상징하는 의미다.

마침 기업들도 대오각성하며 구체제와 단절을 선언하고 있다. 이 선언이 다시 퇴보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전진하는 것만은 확신한다.

문제는 정치권과 관료 사회의 환골탈태다. 뿌리 깊은 '사농공상'의 잔재 때문인지 기업인을 종 부리듯, 기업의 자금을 쌈짓돈 쓰듯 하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강요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당했는데, 여전히 관료 사회는 기업인들을 오라 가라 한다. 무슨 대책 회의니, 의견 수렴이니 하는 명분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넘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역사적인 순간에 섰다. 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동력은 자유다.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용인해야 한다. 'NO'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당당히 'NO'를 외쳤던 미국 기업들. 그들이 우리보다 반드시 앞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만은 부럽다. 반세기 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보장돼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정부나 정치권의 그릇된 정책과 요구에 당당히 '아니'라고 외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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