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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탄핵, 한국경제를 구하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7-03-16 17:00
[2017년 03월 17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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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탄핵, 한국경제를 구하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그동안 온 나라를 휘저었던 탄핵정국이 일단 대통령의 파면으로 마무리 됐다. 물론 앞으로 급하게 치러질 대선, 박 전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와 그에 따른 후폭풍도 있겠지만 일단 제일 어려운 한 개의 매듭은 확실히 지어진 셈이다.

통상, 경제는 시장원리에 의해 지배된다고들 얘기하지만, 이는 경제학 발달의 견지에서는 아주 초보적인, 일테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위험한 수준의 경제지식이라 할 수 있다.

1969년 노벨경제학상이 제정된 이후, 많은 학자들이 시장원리 이외의 경제 운용 현상을 밝혀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들은 경제활동과 관련, 가격이론의 경계를 넘어 비시장(non-market) 영역의 중요성으로 최소한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적절한 계약이 이뤄지고 시행되지 않으면 시장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므로,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활동의 상당한 부분이 시장 밖에서-가계, 기업, 단체, 기관 및 기타 조직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어, 이러한 제도나 조직들이 왜 존재하고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설명할 경제이론이 필요하다.

시장이나 비시장에서 경제활동을 떠받치고 있는 제도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지배하게 되는 규칙의 집합체로 정의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법, 기업 그리고 정부(의회와 행정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모든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뒷받침함으로써 경제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한 국가의 장기에 걸친 경제성과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제도이고, 그 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조직이지만, 국회 및 사법까지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돼 있는 한국의 소위 '제왕적' 대통령중심제 하에서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곧 제도다. 따라서 대통령의 불성실이나 무지로 인한 행위는 그 나라의 경제성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참여정부, MB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 예외 없이 5년 임기로는 결코 수행할 수 없으면서 다음 정부로 계승되지 않는 공약을 제시해, 소중한 국가자원의 대내외적 낭비가 많았고 국민이나 공기업의 부채도 크게 증가시켰다. 실례로 참여정부, MB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재임기간 국가채무/GDP 비중은 각각 28.7%, 32.2%, 40.1%로 크게 증가했지만, 평균 성장률은 각각 4.5%, 3.2%, 2.7%로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정부 부채를 큰 폭으로 증가시키고도 세계 평균 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경제성장 밖에 이뤄내지 못해, 국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는 우리 대통령들이 매번 소위 '제왕적' 권력으로 소통·효율·타협 보다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한 독단적·급진적 제도 운영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헌법을 위배한 이유로 결국 파면을 당했다.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의 위배라는 엄중한 헌재의 판결 속에는, 아무 권한도, 자격도 없는 비선을 끌어들여 그 뒤를 봐주고,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권을 침해하는 등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들의 정당한 경제활동을 방해하고, 정치권력과 제도를 유린했다는 준엄한 질책이 함께 담겨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7년 1월 임기를 끝낼 무렵 미국 국민들에 대한 고별 연설에서 "헌법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참여와 선택으로 헌법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아무 능력이 없는 종이 쪼가리일 뿐입니다."하고 말했다. 여기에 우리는 한 가지 덧붙일 수 있다. "국가의 수장이 그 헌법에 담긴 가치를 수호하지 않으면 그 나라의 경제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다음 정부는 인수위 없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책무를 맡아 과거 어느 정부 보다 대외 및 대내적으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또다시 5년 이내에 자기만의 치적을 쌓겠다는 과욕을 부려 이전 정부들의 실패를 되풀이 한다면, 정말 암담하다. 게다가 아무리 김정은의 북한과 대치상황이라지만, 시대착오적 이념논쟁을 거기다 덧칠해서 제도를 이끌어나가려 한다면 정말 더욱 암담하다. 심지어 사회주의의 대 지도자였던 등소평조차 "흰고양이건 검은 고양이건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 않았던가?

새 정부에서는 보다 유용한 경제지식을 가지고 합헌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경제·정치·문화·사회 전문가들이 등용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신뢰와 희망으로 바꿔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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