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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업 경쟁력, 윤리경영서 찾아야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ㆍ 한국윤리경영학회장 

입력: 2017-03-16 17:00
[2017년 03월 17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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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업 경쟁력, 윤리경영서 찾아야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ㆍ 한국윤리경영학회장


"뜨거운 냉커피"라는 말이 있다. 언뜻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윤리경영도 뜨거운 냉커피와 마찬가지로 '윤리'와 '경영'이 서로 모순된다는 주장이 있다. 기업이 경영을 하는데 윤리적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는 표현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매일매일의 경영실적이 주가에 반영되는 상황에서 CEO도 그렇고, 막대그래프로 영업실적이 실시간 보고되는 영업팀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각사의 자율경영이 확대되며, 그룹공채도 마지막이라고 한다. 그 동안의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투명하게 경영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도 큰 변화가 없다. 사실상 재벌 총수가 구속됐는데, 주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삼성그룹을 총괄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핵심인사들이 회사를 떠나도 주가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진정으로 투명해지고 윤리적이게 됐다면 주가가 좀 더 상승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삼성전자의 백혈병 산업재해 문제,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등은 여전히 변화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부정부패나 정경유착에서는 여전히 후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리경영, 청렴경영, 윤리강령, 컴플라이언스, 지속가능보고서, 윤리교육 등 형식적인 제도는 강화됐지만, 시스템적으로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리경영 수준을 제고해 경쟁력으로 가져가려면, 제도나 시스템의 개혁과 함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은 몇 달만에 비현실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고급식당이나 화원의 매출하락 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변화였고,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법자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기업도 윤리경영을 강조하지만, 실제 경영관리, 영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은 겉으로는 상생경영을 강조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갑질이 많다. 골목상권까지 들어온 대형 유통점들로 인해 동네 상권은 무너지고 있다. 구성원들은 윤리경영 교육 후에 시험을 보는데 옆사람 답안을 보고 베낀다.

영원한 고속성장은 없다. 이제 우리사회는 저성장체제에 들었고, 그에 맞게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성숙된 시장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여기서 혁신이나 변화와 같은 직접적인 경쟁력만이 아니라 진정한 윤리경영도 그 힘을 발휘한다. 과거에는 한번 팔면 끝이었기 때문에 신뢰가 중요한 경쟁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에 쌓은 신뢰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다. 신뢰받는 브랜드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과거 존슨앤존슨은 타이레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비용을 감수하고 전제품을 회수했다. 이후 안전한 포장재를 사용함으로써, 존슨앤존슨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올라갔다.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서도 우리는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기업인을 보았다. 거기에 돈을 받고 보고서를 조작해준 전문가도 보았다. 옥시는 우리 시장에서 추방됐지만, 또 다른 제 2, 제 3의 옥시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기업실적에 목을 맨 CEO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가치관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잠시 소비자나 사회를 속일 수는 있지만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기업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변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겠지만 바른 경영의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뇌물, 상납, 부정부패, 정경유착과 같은 잘못된 관행으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일본 정부와 가까웠던 도시바가 원전사업에 뛰어들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도 정경유착의 결과다. 정정당당한 승부, 실력으로 승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뒤에 숨은 형님이 도와주지 않아도 내가 혼자 당당하게 설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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