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키움경제포럼 부회장
![[포럼] 창업투자의 봄날과 창업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1402102251033001[1].jpg "[포럼] 창업투자의 봄날과 창업자")
사업을 막 시작한 창업자든 수년간의 사업 이력이 있는 기업의 대표자든 항상 신경 쓰이는 일이 자금운용이다. 지불해야 할 대금을 적시에 마련해서 결제하는 것도 그렇고 추가적으로 사업을 늘리거나 일시적인 자금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대다수 기업 대표에게는 피를 말리는 일이다. 이를 경험해본 많은 경영자들은 대부분 "괜히 사업을 해서 자승자박(自繩自縛)을 하고 있다"며 후회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창업자나 기존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언제나 기업애로의 1순위였고 그 순위는 변함이 없다. 성숙기나 쇠퇴기의 기업은 물론이고 유망아이템을 가진 창업기업에도 마찬가지이며 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기도 하다. 초기의 자금난으로 인해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빛을 보기도 전에 사장된다. 또한 기술개발에 성공했음에도 운영자금이나 설비자금의 부족으로 더 이상 사업을 진전시키지 못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러한 창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수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기업에 적절한 자금공급여건을 마련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정부가 나서서 창업투자분야의 자금시스템을 바꾸었다. 2013년 5월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세제지원의 근거도 마련했다. 그 이후 3년 만에 창업투자는 몰라보게 활성화가 됐다.
2014년부터 분위기가 서서히 좋아지더니 2015년과 2016년을 거쳐 작금에 이르기까지 3년간 그야말로 꽃이 만개한 초여름에 비유할 정도로 창업과 더불어 벤처투자시장은 무르익었다. 벤처신규투자는 2015년 2조850억원 2016년 2조1500억원 등 2년간 사상 최고의 기록을 연속해서 달성했다. 곳곳에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안 좋다고 난리치는 와중에 벤처투자는 화창한 봄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구조의 변화도 한몫 하지만 시의적절한 정부의 역할이 컸다. 대기업주도에서 탈피해 신기술중심의 스타트업이나 성장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이 나서야 할 시대 상황과도 맞물렸다. 융자금의 한계를 벗어나 시장원리에 맞는 투자라는 금융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특히 정부투자펀드가 창업 7년 이내의 기업에 70% 가까운 투자액을 집중하는 등 창업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신생기업에 그야말로 단비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창업자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은 많이 개선됐다. 가장 큰 변화는 충분한 펀드의 조성과 공급이며 여기에 이를 투자하는 투자자의 증가가 이뤄졌다. 그간 부족했던 공급의 확대로 공급-수요의 균형이 이뤄지게 되었다. 제도적으로도 괄목할만한 진전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엔젤투자와 더불어 크라우드펀딩, 팁스(TIPS) 등과 같은 유형을 새로이 선보이며 창업자의 다양한 자금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한 것이다. 또한 세제혜택이 더해지고 각종 규제는 정부가 먼저 나서서 적극 해결해주는 등 투자시장환경을 조성했다.
그러나 창업투자의 봄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받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불만이다. 투자자들 또한 왕성한 펀드유치와 투자를 하는 메이저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투자자간 양극화가 심하다. 작은 국내시장 규모와 이에 따른 마땅한 투자처의 고갈도 한계다. 창업투자업계는 호경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금융권의 진입과 유사한 투자사의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엔젤을 비롯한 초기창업투자업계는 시장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투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해 과거와 다른 전향적 자세를 갖춰야 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불미스런 투자 관련 사고도 항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는 투자자의 끊임없는 윤리적 노력이 뒤따라야 하며 자칫 잘못하면 업계 전체가 위협받게 된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시장형성과 규제개선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민간이 나서서 역할을 더해야 한다. 정부에 이런저런 것을 요구하면서 자율성이니 독립성을 외치기보다 스스로 성숙한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안되면 정부를 탓하고 잘되면 입을 닫고 침묵하기보다 당당하게 사회적 기대와 변화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첫째 창업자가 "투자받기가 좋아졌다"라고 해야 하며 둘째, 창업투자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의 발굴과 육성'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처럼만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창업투자의 봄날이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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