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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제2·제3의 `HIRA` 성공사례 만들자

이규화 선임기자  

입력: 2017-03-12 17:00
[2017년 03월 1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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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제2·제3의 `HIRA` 성공사례 만들자
이규화 선임기자

믿기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의료보험 청구 심사평가의 70% 이상을 일일이 사람이 서류를 대조해가며 한다고 한다.

의료행위와 처방약 등에 대한 청구 수가(酬價)의 적절성을 사람이 판단하는 소위 '목시(目視) 평가'다.

일본에서 의료보험체계 3대 축인 병·의원, 보험금관리, 심사평가 간 온라인화가 완료된 것도 최근인 2012년이다. 그전에는 심사청구서를 직접 사람이 배송했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국가 단일 공공의료보험체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라는 단일 심사평가시스템이 없다. 수천 개의 의료보험사와 수백 개의 위탁심사평가회사로 분산돼 있다.

일본 유력지 아사히신문의 의료산업 담당 기자가 들려준 얘기다. 작년 7월 아사히신문 기자가 한국 의료보험제도와 심사평가시스템 취재 차 국내 한 의료보험심사평가솔루션 개발기업을 방문했다. 그 기자는 진료처방전과 수가 청구, 심사평가, 수가 입금 등이 모두 단일 시스템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주 바로 이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HIRA)이 해외 수출의 물꼬를 텄다.

서아시아 바레인에 155억 원에 수출하기로 서울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혼란한 와중이어서 관심을 끌진 못했지만 대한민국 공공건강보험제도와 ICT 솔루션의 우수성을 확인한 의미가 큰 '사건'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총 250억 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바레인 수출은 영국 등 선진국들과 경쟁에서 이긴 결과로 앞으로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세계 건보심사평가시스템과 건보운영시스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HIRA는 5000만 명이 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간 15억 건 이상의 진료정보를 자동으로 심사, 분석해 내고 적절성을 파악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료 데이터를 축적해 질병 관리뿐 아니라 의료보험 재정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우리의 HIRA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HIRA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데는 ICT 발전과 더불어 단일 통합 의료보험체계를 선택한 정책적 의지와 환경의 절묘한 조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의료보험심사평가시스템에서 핵심인 모니터링 & 피드백 측면에서 HIRA는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다. 의료공급자가 인터넷망을 이용해 진료비 내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직접 송신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결과를 수신하는 시스템(진료비 청구)과 의료공급자가 청구한 진료비 내역이 보험급여 기준에 맞는지 점검하는 시스템(진료비 심사), 의료공급자가 제공한 진료·의약품서비스의 의·약학적 비용 효과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의료의 질 평가), 의사 혹은 약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 부작용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의약품안심서비스)에서 바레인의 국가보건최고위원회의 의장은 감탄을 자아냈다고 한다.

여기에는 우리의 ICT 기반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선진 경쟁국보다 앞서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일찌감치 온라인 청구 심사 지급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완비했다.

수출계약식에 참석했던 의료보험청구심사 솔루션 개발 기업 플레시온의 심상익 대표는 "자동 의료보험심사평가시스템은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자동화가 가능한 ICT 여건이 만나야 가능한데, 우리는 그 점에서 완벽한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1977년 비교적 일찍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꾸준히 시스템을 갈고 닦아온 것도 오늘이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

특히 이번 바레인 수출 건은 2015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서아시아 4개국 순방 시 보건의료를 핵심 분야로 지목해 협력을 강화해온 것이 주효했다. 지난주 계약식에도 바레인이 속한 GCC 걸프만 협력국가 나머지 5개국(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대사가 참석해 이들 지역으로의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심평원은 현재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남미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 총 13개국에 건보심사평가시스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HIRA 외에도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민원24, 국세청 홈택스, 정부 행정전산망, 대입원서접수 전산망, 국민개병제에 따른 병역전산망 등이다. 이들은 한국적 상황이 낳은 경쟁력 있는 공공 시스템들이다.

우리는 UN 전자정부 평가 3년 연속 1위 국가다. 이제 그 성과를 세계와 공유하고 수출품으로 활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제2, 제3의 건보심사평가시스템의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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