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포럼] 불통, 불공정, 불신은 이제 그만](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1302102251607001[1].jpg "[포럼] 불통, 불공정, 불신은 이제 그만")
지난 금요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을 선고했다. 공익을 위해 사용돼야 할 대통령의 권한이 일부 특정 세력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됐다는 점이 대통령 파면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가 '대의민주주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헌법수호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국정농단 사태만이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행한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은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해야 함이 마땅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공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정책결정 과정을 열어놓고 국민들과 소통하기보다는 비판적인 여론에 등을 돌려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누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3개월여 동안 우리나라는 탄핵 찬반을 놓고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됐다. 국론 분열로 인한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치유의 시간을 거쳐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제 분열과 불신 그리고 혼란으로부터 벗어나 신뢰와 통합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불통과 불공정한 정책으로 인해 만들어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소통과 공정 그리고 신뢰 회복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국정을 정상화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사드배치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조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한일위안부 문제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보복 등으로 인해 예상되는 경제문제도 현명한 대책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처럼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기에는 국론 분열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익증진 측면에서 국론통일이 필수적인 현안마저도 갈등을 빚는 상황 하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차기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명한 대응 방안을 내놓기에 앞서 모든 대선주자와 정치 지도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파면을 당했는지를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도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신뢰받지 못한 정책은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통과 불공정으로 인한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비록 탄핵 인용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불공정한 인사와 세월호 사태에 대한 불통의 자세 및 안이한 태도로 인해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 대부분의 정책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불통과 불공정으로 인해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헌재의 판결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을지는 몰라도 신뢰가 회복된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국론이 양분되어 있고 극심한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소통은 필수적이다. 소통하지 않는 정부는 결국 실패한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3개월간의 탄핵심판기간과 파면선고를 통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의 회복이 요구된다. 뿌리깊이 내린 불신의 근원에는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국민들의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에서 유사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유사해야 한다"는 원칙이 꼭 지켜져야 한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불통과 불공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불신의 사회'에서 '소통과 공정을 기반으로 한 신뢰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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