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원 야놀자 마케팅 총괄 상무
![[발언대] 진정성 있는 브랜딩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0902102269607001[1].jpg "[발언대] 진정성 있는 브랜딩 필요하다")
"나는 광고를 싫어합니다." 1980년,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광고대행사와의 첫 미팅에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 황당한 첫 미팅에 참가한 대행사가 바로 '와이든앤케네디(Widen + Kennedy)'였는데, 정작 이들은 이후 30년간 나이키와 파트너십을 이어가며 세계 광고사에 남을 수많은 광고들을 만들었으니, 광고를 싫어한다는 필 나이트의 선언은 허풍이었던 걸까?
분명한 것은, 나이키의 광고 메시지가 이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잘 만든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광고가 아니라, 운동선수들이 스포츠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 나아가 스포츠 전문브랜드로서 나이키의 관점과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피 중 하나인 '저스트 두잇!(Just Do It, 그냥 해봐!)'이 그것이다.
이 슬로건은 실제로 대부분 운동선수 출신이었던 초기 나이키 멤버들이 자주 쓰던 표현이었다고 한다. 기업의 제품과 소비자, 나아가 기업문화에 뿌리를 둔 브랜드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제품 등에 녹여내, 브랜드의 진실성과 일관성을 담보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미 10억 달러 규모의 매출로 압도적 1위였지만, 러닝화 이외의 카테고리 확장이 지지부진 했던 나이키는, 이후 운동에 관한 모든 것과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다시 한번 도약했다.
지난해 이후, 스타트업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실제로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재무적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가, 언제까지 '계획된 적자'를 이해해 줘야 하는가. 그 중에서도, 제한된 국내 시장을 두고 1위 경쟁을 벌이느라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에는 언제나 출혈 경쟁, 치킨게임 등, 그다지 명예롭지 못한 꼬리표가 붙는다. 아직 서비스와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스타트업으로서, 광고를 통한 매스 마케팅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비용으로만 인식되는 상황을 극복할 해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미 30년전 필 나이트가 그 답을 줬다고 생각한다. 광고를 하되, 그것이 브랜드의 장기적인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시선몰이를 위한 자극적 소재, 실체보다 더 부풀려 보이기 위한 톱스타 마케팅, 일시적인 할인이나 혜택 홍보 등을 위해 수십억의 예산을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판매 실적뿐만 아닌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적인 가치와 매력을 함께 담아낼 것인가?
우리가 지금 설득해야 하는 소비자는 유사 이래로 가장 광고 메시지에 익숙한 세대다. 영국의 광고 대행사 이니셔티브(Initiative)는 흥미로운 조사를 발표했다. 전 세계 19개국 2535세대 소비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대중매체와 접촉하며 수많은 상업 메시지에 노출됐기 때문에 광고의 의도를 간파하는 데 능하다. 또, 이를 무조건 수용하기 보다 비판적이고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날카로운 눈을 가진 소비자 집단이 스마트폰에 SNS라는 무기까지 갖춘 오늘날, 기업이 실질적인 행동과 노력이 아닌 광고 메시지만으로 브랜드를 포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기업 내에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면, 그것은 광고뿐만 아니라 그 기업이 만들어 내는 모든 서비스와 제품, 나아가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더 많은 돈을 쏟아 붓느냐가 아니라, 누가 진정으로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하는 것. 또, 이를 어떻게 진정성 있게 구현해 내는가를 경쟁할 때, 스타트업 붐은 단순히 일부 투자자와 창업가의 경제적 성공신화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모두의 생활과 가치를 새롭게 하는 사회적 의미까지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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