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동국대 법과대학 학장
![[시론] 헌재 판단, 승복해야 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0802102351607001[1].jpg "[시론] 헌재 판단, 승복해야 한다")
탄핵찬성 촛불집회와 탄핵반대 태극기집회를 뒤로 한 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선고의 길로 들어섰다. 대선주자들도 진영에 따라서 거리와 광장에서 탄핵찬성과 탄핵반대를 외친다. 그렇다면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주권국가 최고통수권자에 대한 탄핵심판의 정의는 무엇일까?
헌법 제65조는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파면시켜 최고통수권자의 부재상태를 초래한다는 그 위중성에 비추어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는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먼저 형법과 달리 처벌규정이 없는 헌법위반을 탄핵사유로 한 점에 비추어 헌법위반이라고 함은 헌법정체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수준을 의미한다. 예컨대 대통령이 적국과 내통하거나 동조하여 자유민주주의나 자유시장경제질서를 변경하려고 한다거나, 국제평화존중과 국민주권의 원리처럼 주권자들이 결단한 헌법의 기본원리를 독단적으로 변경하려고 하는 등과 같은, 통상적인 통치행위를 초월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헌법위반의 탄핵사유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헌법의 하위법인 법률위반이 대통령 탄핵사유가 되려면 법률위반의 정도가 앞서 본 헌법정체성 파괴수준은 돼야 한다. 그러한 결론은 영미법의 기본적인 법해석 원리로, 열거되어 있는 용어(본 건에서의 헌법과 법률위반)들은 서로 같은 수준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동종제한(ejusdem generis)의 원칙'에 따라서 도출된다.
따라서 대통령이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거나, 뇌물죄, 심지어는 살인죄에 연루됐다고 하여도 단순한 형사사건으로는 정치적 비난은 별도로 하고 탄핵사유는 되지 않는다. 그래서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단적으로 대통령은 살인죄에 연루됐어도 계속 재직을 허용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왜냐하면 국가총사령관인 대통령의 최고책무는 국가안보의 수호이기 때문에 설사 대통령이 조금 잘못해도 적국과 내통하는 등의 내란 또는 외환의 죄가 아니면 재직 중에는 형사상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독특한 특권을 부여한 것이 대부분 주권국가의 헌법적 결단이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는 헌법원리를 침해했는지와 내란죄나 외환죄 수준의 형사범죄 여부가 핵심이다. 그런데 헌법원리의 침해 여부의 하나가 '최순실 등' 사인(私人)에 의한 국정농단이고, 그것을 밝혀내라고 탄생한 조직이 소위 박영수 특검이다. 박영수 특검법의 정식명칭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다. 따라서 박영수 특검의 가장 소중한 책무는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것으로 최순실은 물론이고 언론과 재판에 수없이 등장한 고영태 등을 국민의 이름으로 수사해야 했다.
특검이 이들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을 제대로 밝혀냈다면 탄핵심판에 실질적인 보탬이 됐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특검이 형사사건으로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구속해도 그것은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탄핵사유가 아니다. 물론 구속된 사람들도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의 기본원리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정치적 동기로 출범한 박영수 특검은 정치수사를 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고, 최순실과 그 패거리들의 국정농단의 내용이나 수준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 법치국가에서 그러한 비난은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돌이켜 보면 엄중한 국제안보 환경에서 탄핵심판은 시작하지 말았어야할 일이었다. 분명히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나 4월 퇴진, 6월 대선이라는 질서 있는 퇴진 등 기회는 있었다. 게다가 1명이 공석인 8명의 헌법재판관에 의한 재판은 다양한 세계관과 헌법관에 의한 소위 꽉 찬 헌법재판을 기대할 수도 없어서 역사적 교훈도 반감된다. 그러나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세계경제가 요동치는 오늘날, 헌법재판소의 어떤 판단도 존중하고 따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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