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독임부처 '공감대' 불구 불완전 융합… 성과도 미흡
작년 ICT 수출 마이너스 성장… 산업 진흥 사실상 실패
단통법·주파수 분배 등 제역할 못해 '창조경제' 도 흔들
명확한 국정철학 바탕 비전 제시… 정부는 조연 역할을
작년 ICT 수출 마이너스 성장… 산업 진흥 사실상 실패
단통법·주파수 분배 등 제역할 못해 '창조경제' 도 흔들
명확한 국정철학 바탕 비전 제시… 정부는 조연 역할을
■리스타트 코리아 ICT거버넌스 좌담회
긴급진단 `ICT 컨트롤타워` 어떻게 할 것인가
좌담회 - 바람직한 ICT 정부조직개편 (4부 상ㆍ끝)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개편 논의도 달아올랐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며 사회와 산업 곳곳에서 혁신과 융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정책을 맡을 새 정부조직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디지털타임스는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국회, 학계의 ICT 전문가들을 초청, '바람직한 ICT 정부조직개편 방향성을 말한다'를 주제로 생생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의 구조상 한계를 지적하고,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또 과학기술과 ICT를 분리하고, ICT를 전담하는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ICT 정부조직은 명확한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이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좌장(임주환)= 최근 ICT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ICT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 일단 김영삼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를 만들었고,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들어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상당히 ICT 부문 경쟁력을 높였다. 그러나 이명박(MB) 정부 때 기능을 분산해 좀 후퇴했다가 박근혜 정부 때 절반 정도 회복된 상태다.
안정상= 첫 번째 문제점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점이다. 동일한 기능의 분산을 벗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이러닝, ICT 연구개발(R&D)의 상당 부분이 남아있고, 행정자치부에는 전자정부, 공공 클라우드 등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쪽에는 디지털 콘텐츠가 있고 방송영상도 미래부나 방통위 등에 흩어져있다. 또 유료방송은 미래부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은 방통위에 남아 방송영역이 쪼개져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었다. 700㎒ 주파수 대역 분배 때도 마찬가지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경우에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20% 요금할인)은 미래부, 지원금 상한제는 방통위 소관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ICT가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행정적 집행기능이 대부분 관치 중심으로, 청와대 주도형으로 추진됐다는 것이다.
권오상= 산업성, 공익성, 규제, 진흥 등 여러 기준과 기능이 완전히 통합되지도, 분리되지도 않은 어정쩡한 모습이다. ICT와 방송통신의 GDP 성장 기여율이 국민의 정부 때 8.7%, 참여정부 6.7%, 실용정부에서 4.3%, 현 정부에서 3.4%로 낮아지고 있다. 그런데 올해 전체 정부 예산 400조원 대비 미래부 예산이 2.8% 정도다. 예산에 비해 상당히 GDP 기여율이 높다. 여전히 ICT에 관심을 가지고 육성을 해야 하는 이유다.
황동현= 사실 우리나라 ICT 산업의 경쟁이 도입된 것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다. 사실 ICT 산업 활성화는 그때 일어났다. 앞서 두 분 분석에 동의한다. 분명히 개편 필요성이 있다. 지난해 ICT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해도 성장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런 것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ICT 산업 진흥은 사실상 실패가 아니었나 한다.
김성철=그나마 ICT가 국가 경제의 성장엔진이었는데 반도체를 제외하고 다 망가졌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ICT 정부조직을 개편했는데 철학이 분명하지 않았다. MB 때 분산의 문제점이 나와 ICT 통합 독임 부처가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불완전한 융합이 됐다. 전체 성과도 미흡했다. 단통법, 주파수 분배, 인수합병(M&A) 등 부처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국정 전반적으로 창조경제도 제대로 안 됐고 문화융성은 망가졌다. 미디어의 공적가치도 약화됐다. 결국 ICT산업도, 국정기조도 망가졌다.
◇ 정부조직개편, 국정철학 근간 돼야…정부 역할은 주연 아닌 조연으로
좌장= 정부조직 개편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로 넘어가자.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떼었다 붙였다 하는데 실질적 효과가 없다. 정부 조직개편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성철= 정부조직 자체는 수단이다. 조직 구조는 철학이나 정책목표를 위한 수단이기에 늘 바꿀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 ICT 조직은 실패했기 때문에 이대로는 못 간다. 중요한 것은 왜 하느냐,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느냐다. 즉 국정 목표나 철학이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이 논의가 빠져있다. 정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 정부가 조연 역할,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 '컨트롤타워'가 아닌 '세이프가드' 역할을 하면서 시장이 못하는 부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적 영역과 정책적 영역의 분리도 필요하다.
황동현= 세 가지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는 우리 지도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2등 전략을 쓸 것이냐, 아니면 이제 혁신전략으로 선두로 치고 나갈 것이냐에 대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둘째는 세계 ICT 동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냉철하게 분석, 핵심 역량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셋째는 정부조직 이름을 쉽게 지어야 한다. 사소하지만 부처 이름을 짓는 것도 중요하다.
권오상= 하드웨어, 네트워크 중심으로 평가하는 ICT 발전지수는 10년째 1위다. 그런데 질적 평가가 들어가는 네트워크 준비지수는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소셜프로그레스 같은 환경적 부분은 20~30위권이다. 즉 하드웨어는 세계 1등이 맞지만, 새로운 가치 창출은 부족했다. 차기 정부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질적 가치 창출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미래 대비가 필요하다. 조직 내에서도 전문성,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정부가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코디네이션 개념이 필요하다.
안정상= 기본적으로 정부 조직 개편은 새로운 정부의 국정철학, 국정과제를 어떻게 효율적, 능률적으로 수행해서 국민에 행복을 줄 것인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미래부를 개편해야 하는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조연,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그것에만 한정하면 안 되고 예산의 적절한 안배, 중장기 로드맵 구성, 균형적 성장을 위한 강점과 약점 분석, 5~10년 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 ICT 전담부처 필수, 미래 먹거리 발굴해야
좌장= 미래부의 구체적 개편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안정상= 기본적으로 ICT 기반 신산업 전담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정부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미국은 과학기술자문위원회가 있고, 독일도 교육연구부, 일본도 산업경쟁력회의를 구성하고 있다. 대부분 대통령, 수상이 직접 챙긴다. 전담부처에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부처 싸움을 하지 않도록 하는 대통령 의지가 담기는 조직개편이 필요하다.
정리=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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