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이 헬스케어·로봇 등 연구
연구팀 정착 땐 1억위안 지원
기업 1000곳 연 100억 특허수익
연구팀 정착 땐 1억위안 지원
기업 1000곳 연 100억 특허수익
■2017 리스타트 코리아
르포 중국 `기술혁신 중심` 선전 SIAT에 가다
"중국 의료기기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자기공명영상장비(MRI)와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 등을 개발해 지멘스, 필립스 같은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선전선진기술연구원(SIAT)에서 만난 시아 홍리우 산업자원부 주임은 이렇게 말하며 자국 의료기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MRI를 이용한 암 조기 선별 검사 등의 기술은 세계적으로 앞서 있어 미국 기업에서 협력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 주도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의료기기가 저렴하고 질이 낮다는 편견은 이미 옛말이 됐다. 선전 의료기기 기업의 평균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제품 총 판매액의 10∼25%에 달하고, 생산되는 의료기기 제품 중 70%가 자체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의료기기가 이렇게 빠르게 진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력을 뒷받침해 줄 SIAT와 같은 연구기관의 힘이 컸다. SIAT는 중국 최대 창업도시인 선전에 중국과학원·선전시·홍콩중문대학교가 공동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약 2000명의 연구인력이 헬스케어·대체에너지·신소재·로봇·빅데이터·스마트시티 등 산업적 파급력이 큰 혁신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을 융합한 'BIT' 분야가 핵심 연구 주제다.
SIAT는 중국 첨단 기술 산업의 메카로 성장한 선전을 지원하기 위해 응용기술과 기술사업화, 기술 협력에 특화된 역량을 갖췄다. 자체 석·박사급 교육 기관과 '창객학원' 등의 창업 보육 시설을 갖추고 연구·교육·투자·산업을 연계한 '마이크로 혁신 체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 성과로 1000여 개 협력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100억원의 특허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450개의 첨단 기술 기업을 인큐베이팅해 이들의 총 시장가치가 4조2000억원에 달한다.
SIAT의 경쟁력은 '열린 혁신'에 있다. SIAT는 홍콩의 고등 학술 기관과 공동으로 설립한 최초의 기관으로, 설립 당시부터 홍콩을 비롯한 마카오, 타이완, 싱가포르 등으로 혁신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최근에는 연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 석학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타 쿠앙 SIAT 국제협력실 차장은 "해외 인재에 대해 연구원에서 연 100만위안을 제공하고, 연구팀 단위로 들어올 경우 정부에서 정착금 1억위안과 장비 비용 1000만위안을 지원한다"며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우수한 인재들을 추천하면서 인재 유치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SIAT는 한국도 미국, 유럽에 이은 주요 협력 대상 국가로 꼽고 있으며, 특히 전자·IT 분야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시아 주임은 "스마트폰용 곡면 유리 제조 기술은 한국만 보유한 고유 기술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합자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에는 MRI를 개발한 기업이 없어 SIAT의 소프트웨어와 핵심 부품 기술을 적용한 7.0 MRI 개발 등에 참여해 완성된 장비를 도입해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중국)=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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