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주사 전환으로 경쟁력 확보 필요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분리로 사업 다각화
공모펀드, 성과보수 도입… 접근성도 개선
스튜디어십 코드로 시장 투명성도 제고해야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분리로 사업 다각화
공모펀드, 성과보수 도입… 접근성도 개선
스튜디어십 코드로 시장 투명성도 제고해야
■ 2017 리스타트 코리아
자본시장, 거래소 지주사 전환에 달렸다
국내 경제는 자본시장이 아닌 부동산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국내 증시는 수년째 박스피(1800~2100선에 머물러 있는 코스피시장)에 갇혀있고 주식이나 채권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자들은 부동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이 경기를 좌우하면 주택 가격 상승과 투기 심리로 삶의 질이 하락하고 물가 상승으로 연결돼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건전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성장이 필수이지만 국내 자본시장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공모펀드 활성화,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등의 조치로 자본시장의 활황을 이끌고자 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국내 자본시장의 현 상황과 과제, 개선방안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2011년 이후 정체돼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피를 벗어나 선진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거래소 구조개편, 공모펀드 활성화,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등 세 가지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임종룡 금융위원장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절실=금융당국은 정체돼 있는 자본시장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세 개 시장을 거래소 자회사로 분리해 시장간 경쟁을 촉진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실제 지주회사 전화 및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해외 주요 거래소는 높은 수익성과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도 '사업 다각화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기 위해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지난 19대 국회에서 끝내 좌초됐고 20대 국회 들어서도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은 거래소 구조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자본시장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기에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정유라 특혜 대출과 관련한 KEB하나은행 인사청탁 의혹까지 받고 있어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의 혁신은 프로세스 혁신에서 플랫폼 혁신으로 바뀌고 있으며, 거래소 산업도 플랫폼 혁신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저금리·저성장·고령화시대에 모험자본 활성화와 노후소득 증대라는 자본시장의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신속히 전환해 IT 정보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퇴하는 공모펀드, 활성화 시급=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사모펀드가 순자산과 설정액 모두 공모펀드를 추월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전년보다 50조4000억원 증가한 250조2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공모펀드는 전년보다 1조6000억원 감소한 212조2000억원에 그쳤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만 봐도 사모펀드는 18%에 달하는 반면 공모펀드는 3%에 불과했다.
공모펀드는 저금리 환경에서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이지만 금융위기 과정에서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또 낮은 수익률 대비 높은 보수, 부족한 펀드 정보 접근성 등으로 인해 투자매력을 잃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공모펀드 기피로 공모시장 정체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은 성과보수 체계개편 통한 자율성과 책임성 도모, 인가제도 개편 및 비교공시 활성화 통한 경쟁 촉진 등을 골자로 한다.
금융당국은 우선 사모펀드에는 일반화돼 있으나 공모펀드는 사실상 금지된 성과보수 체계를 도입해 투자자에게 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경쟁적 구조를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공모펀드는 수익을 내지 않으면서 보수만 떼어가는 식의 운용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새롭게 도입될 공모펀드 성과보수 체계는 운용사가 초과수익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보수를 가져가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 기본 보수만 가져가는 방식이다. 성과보수 체계를 도입하지 않은 운용사에는 자사 공모펀드 시딩(Seeding·초기) 투자를 3년간 의무화함으로써 성과보수 체계 도입을 유도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3월 단위농협의 펀드판매 예비인가를 시작으로 우체국,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으로 펀드 판매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반투자자의 투자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펀드상품 비교공시 사이트인 '펀드다모아'를 오픈해 최근 1년 수익률 상위 50개 펀드, 맞춤형 최적 펀드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펀드 수익률이 목표에 미달하면 낮아진 운용보수만 부과돼 투자자들의 비용이 절감되고, 펀드가 수익이 나면 성과보수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운용사들의 공모펀드 운용 역량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예금이나 부동산에 쏠린 시중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투자자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데, 공모펀드 성과보수 체계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로 자본시장 공정성·투명성도 제고=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예정기관 간담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의결권을 충실하게 행사하게 되면 주식·자본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게 되고, 기업의 투명성도 높아지는 한편 우리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인식도 제고될 것"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적극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큰 저택의 집안일을 담당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투자자들도 기업의 재산을 책임감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데서 유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캐나다, 말레이시아, 홍콩 등 12개 국가에서 도입·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보다 3년 일찍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은 20년간 이어진 박스권을 벗어나는 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지침인 만큼 강제성이 없어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신운용·트러스톤자산운용·메리츠자산운용·라임자산운용·제브라투자자문, 대신경제연구소 등 8개사가 참여의사를 밝힌 정도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문형표 이사장으로 인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손을 놓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에 당근을 내밀었다. 이석란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등 금융 유관기관이 자산관리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투자자자를 우대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이 돈을 받아가기 위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코드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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