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알바`들의 저녁 있는 삶](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02021038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알바`들의 저녁 있는 삶")
고려대학교의 새로운 장학금 제도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5년 2학기부터 학점만으로 선발했던 성적우수장학금이 사라지고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혜택과 장학금이 갈 수 있도록 크게 바뀌었다. 이름하여 '정의장학금'이다.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제도다. 자유, 정의, 진리장학금으로 이름한 이 제도에 따라서 생활장학금, 기숙사 장학금, 면학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대학홍보자료에서). 지금까지 대부분 대학들은 성적우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장학금을 배정해 왔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가정교사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야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a working student)에게는 불공정한 게임이었다. 소위 SKY대학의 장학금 수혜자는 70%이상이 넉넉한 가정의 학생들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설령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서울 고려대 앞 편의점에서 6개월째 아르바이트(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6)씨는 최근 점주로부터 이 달말까지만 일하고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편의점을 찾는 중국 유학생이 점점 늘어나자, 사장은 중국어 소통이 가능한 유학생 알바로 교체할 예정이다"(조선, 2017. 1. 11). 편의점업주 사이에선 중국 유학생이 많이 사는 원룸촌에 자리를 잡고 유학생 알바를 들이면 상점매출이 두 배로 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은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바나나맛 우유 등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큰 음식을 편의점에서 주로 사는데 말이 통하는 유학생 알바가 있는 편의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거의 우리말로 정착한 아르바이트, 또는 알바는 독일어 arbeit(일, work)에서 유래했다. 영어에 없는 이 말이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귀화했는지는 불분명하다. 1920년대부터 여러면에서 독일을 많이 본받던 일본을 통해서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한동안 아르바이트로 쓰더니 어느새 알바로 줄어들었다. arbeit가 줄어서 다시 alba로 변형됐다. 시간제 일자리를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사이트에 알바천국, 알바몬이 있는데 albamon이라 버젓이 쓰고 있다. 메이저 신문에서 조차 아르바이트(알바)로 병기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녀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어요(She's looking for a part-time job.)처럼 아르바이트는 part-time job이고 아르바이트생은 part-timer, 혹은 part-time worker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job on the side, 또는 second job이라고 할 수 있다. part-time의 반대는 물론 full-time이다.
동아일보(2017. 2. 4)는 '나쁜 알바 실태'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바 있는데 노동착취, 성희롱과 폭행, 인권유린 등 파렴치 고용주가 아직도 적지 않다. 어느 떡공장이 간호학과 여학생을 알바로 쓰면서 사전 양해없이 18시간 30분을 일하게 해 실신 직전에 이르도록 했다고도 전했다. 회사 경영이념이 '나눔과 바름'인 이랜드는 애슐리, 자연별곡 등 21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근로자 4만 4360여명의 임금과 수당 등 83억7200만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서 충격을 줬다(조선, 2016. 12. 31). 이러고 보면 알바지옥이 따로 없다.
아르바이트를 moonlight라고도 한다. 일과가 끝나고 달빛 아래 몰래 second job을 하고 세금은 잘라 먹는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알바들은 시급을 받는다. 2017년도 우리나라 시급은 6470원이다. 매년 말 노사정(勞使)政)과 학계인사로 구성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음 해의 최저임금을 정하는데, 노동계는 1만원을 주장하지만 고용주의 부담을 고려해서 '밀당'을 하게 된다. 때마침 한국경제신문(2017 .2. 25)은 1만원 인상을 놓고 찬반 맞짱토론 기사를 싣고 있다. 대체로 우리나라 시급은 OECD 국가의 중간 수준이고 상위에 속하는 프랑스, 벨기에, 호주에 비하면 거의 절반에 가깝다. 최저임금제는 1938년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노동자들이 먹고 살만한 최소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당시 시간당 25센트였다. 시급 6470원은 한 달 법정 최대 허용시간인 209시간 일할 때 받는 월 총액이 135만원 수준임을 뜻한다.이건 정규직(regular worker)보다 훨씬 많이 일했을 경우이고 대부분의 알바들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알바들의 '저녁있는 삶'을 위해서는 시급(時給)인상이 무엇보다 시급(時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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