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국 경제 살린 오바마
제조업 부활·창업 활성화 집중
R&D 투자 GDP의 3%로 확대
경제성장률↑·실업률↓ '성과'
유럽, 미·일 넘어서는 R&D 투자
우수 아이디어 상업화 추진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주목
참가국 무제한… 참여자 연구만 몰두
한국, 정권 바뀌면 정책 뒤집혀
혁신체제 구축 골든타임 놓쳐
일관된 정책 추진 제도화 필요
제조업 부활·창업 활성화 집중
R&D 투자 GDP의 3%로 확대
경제성장률↑·실업률↓ '성과'
유럽, 미·일 넘어서는 R&D 투자
우수 아이디어 상업화 추진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주목
참가국 무제한… 참여자 연구만 몰두
한국, 정권 바뀌면 정책 뒤집혀
혁신체제 구축 골든타임 놓쳐
일관된 정책 추진 제도화 필요
■ 2017 리스타트 코리아
혁신생태계 해외서 배운다 - 미ㆍ독ㆍ일 현황
"혁신에 모든 것을 거는 나라만이 세계 경제를 차지할 수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4년 국정연설에서 한 말이다. '혁신(innovation)'이라는 단어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제조업 부활'과 '창업 활성화'라는 양 날개를 통해 취임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를 일으킨 진원지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던 미국을 다시 한 번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경제를 가진 나라로 탈바꿈시켰다.
◇금융위기 진원지 미국, '혁신 전략'으로 재도약=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은 경제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위기는 리먼브라더스 등 대형은행의 도산에 그치지 않고 주식시장의 붕괴와 소비시장의 위축을 가져와 미국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트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경제 회복의 밑거름이 될 과학기술 혁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09년 '미국 혁신전략(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는 미국의 총 연구개발(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유망산업에 대한 R&D 투자 확대와 기초연구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겼다.
이 전략은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판이 나왔다. 2011년 판에는 지속적 성장과 양질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혁신 기반에 대한 투자 △경쟁 환경 정비 △국가적 우선 과제에 대한 대처 등 3가지로 분류해 추진하는 방안을 담았다.
2015년 전략에서는 혁신의 전체 구조를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혁신 기반 투자를, 2단계는 민군 부문의 혁신 가속화와 혁신 국가 구축을, 마지막 3단계는 양질의 고용창출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국가적 우선 과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 그리고 국가를 위한, 국민과 함께 하는 혁신 정부의 실현을 제시했다. 기초연구 투자,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의 확대, 이민 노동력 활용 등 혁신 기반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민간 부문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 전략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과학기술 혁신 전략의 차원을 한 단계 올려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가적 우선 과제에는 정밀의료에 의한 질병 치료와 새로운 뇌과학 기술의 개발, 스마트시티의 건설, 자율주행차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률의 획기적인 감축, 혁신 활용에 의한 2030년 세계 극빈 상태 종식 등 혁신 활용에 대한 지평을 확대했으며, 공적인 부문의 과제 해결에 혁신 방식을 도입하고, 연방 기관의 혁신 연구소를 통해 혁신 문화를 조성하는 등 혁신이 과학기술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전체로 확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런 혁신 기반을 바탕으로 오바마 정부는 2011년 '첨단 제조 파트너십(AMP·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이니셔티브'과 '스타트업 육성 대책(Startup America Initiative)' 등을 발표했다. 제조업의 부활을 위해 미국 정부는 세제혜택으로 제조업의 R&D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첨단 제조업 기술에 대한 산업계 · 학계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각각 중점 분야 과제를 수행하며 산학 협력은 물론 민관을 잇는 실질적 창구 역할을 하는 '제조혁신연구소(IMI)'는 국가 제조혁신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추진한 창업 전략을 통해 오바마 정부는 10억달러를 투입해 창업펀드를 조성하고, 창업가 정신 교육과 멘토링, 창업 장애 요인 제거, 대기업과의 협력 강화 등 스타트업 정책에 집중했다. 이 같은 혁신 전략을 통해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인 2009년 2.78% 역성장하던 경제성장률을 2%대로 끌어올렸고, 10%에 달했던 실업률이 5%대로 내려갔다.
◇'열린 혁신' 추구하는 유럽=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혁신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전 세계 연구혁신의 선두 주자 자리를 되찾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럽연합(EU) 기업들은 2015∼2016년(회계연도) 동안 전년도보다 7.5% 늘어난 1883억유로를 R&D에 투자해 전 세계 기업의 상승 폭인 6.6%를 웃도는 투자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는 미국 5.9%, 일본 3.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EU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도 속도가 붙고 있다. 800억유로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EU는 '세계 최초' 수식어가 붙는 연구를 주도하고, 우수한 아이디어가 실험실을 떠나 상업화 단계에 들어설 수 있도록 연구와 혁신을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가국 제한도 없고,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게 지원한다.
특히 이 프로젝트가 강조하는 부분은 '열린 혁신'이다.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해서 연구자, 기업가, 투자자, 사용자, 정부 및 시민 단체가 참여해 서로 긴밀히 협업하는 혁신 체계를 뒷받침한다. 열린 혁신을 통해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 및 혁신 결과물이 쉽게 상용화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연구 성과와 그 성과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과학'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연구자들이 다른 국가나 타 분야에 파견돼 연수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마리 퀴리 프로그램'은 사업기간 동안 약 62억유로를 투입해 1만5000명의 비유럽국가 연구자들이 유럽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유럽의 연구자가 기타 다른 비유럽 국가로 파견 나가는 것을 지원할 계획이다. EU 측은 2020년에는 3500개 이상의 비유럽국가 소속 기관이 이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열린 혁신의 확대는 유럽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학기술 외교와 국제 과학기술 협력에 적극 참여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혁신 분야에서 국제적인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데 주력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EU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계 리더십을 가져오기 위해 호라이즌 2020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우주산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첨단 재료 및 제조기술,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과 같은 주요 구현기술은 스마트폰, 고성능 배터리, 경량 차량, 나노의학, 스마트 섬유 등과 같은 '게임 체인저' 제품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EU는 이 같은 분야의 R&D 투자를 2020년까지 GDP의 3% 수준까지 확대함으로써 370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관된 정책 추진돼야=미국과 유럽의 혁신 전략은 한국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혁신은 과학기술 혁신과 국가 전체 혁신을 연계해 일관되게 추진한 점이 중요한 요소다. 특히 존 홀드런 박사가 과학기술보좌관 겸 과학기술정책국(OSTP) 국장 자리를 8년 동안 지키며 오바마 행정부의 과학기술 혁신 정책을 주도한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청와대에서는 이번 정권 들어서만 미래전략수석으로 네 명이 거쳐 갔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아기 백신 접종은 자폐증을 불러온다'거나 '기후변화는 중국의 음모'라는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어 과학계의 불안감이 크다. 특히 반이민정책의 추진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무기로 성장해온 미국의 혁신 동력이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가장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구축한 혁신 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임 대통령이 구축한 성과를 무시하지 않고 유지·발전시키는 정치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역시 혁신 정책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트럼트 대통령의 독단만으로 정책이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5년마다 전 정권이 추진하던 정책을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비전을 추진하다가 선도형 혁신 체제를 구축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이 '최순실 게이트'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탄핵 대상이 되면서 다음 정권이 다시 혁신 정책 전반을 수정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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