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규 산업연구원장
■ 2017 리스타트 코리아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이 가야 할 길
"한국인은 판만 깔아놓으면 신나게 일한다. 규제와 기득권·정치사회적 갈등 때문에 '판'의 전환이 안 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사진)은 1일 디지털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왕성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과 멍석을 깔아줘야 하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반기업 정서,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적 갈등이 개혁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회 복합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노사간, 이념간, 계층간 사회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 중심발전 시대의 기득권층이 개혁과 혁신의 걸림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착 단계 이전까지는 소득 격차가 더 확대되고 실업문제도 더 심해질 것이다. 경제 사회의 발전을 위한 규제 개혁과 제도 개선을 추진할 때 불거지는 이해관계 상충과 갈등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끄는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제도 개혁을 이룩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저성장 극복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기존 주력 산업과 신기술 분야를 결합해 국내 산업의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신산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 GE가 가전·금융회사에서 산업 디지털업체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은 제조·서비스 융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드론, 빅데이터, 원격 진료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 신산업 분야에 뛰어들 때는 자금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의료, 금융, 관광 등 서비스 분야 규제가 심하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 선진화와 교육 혁신을 통해 국내 경제사회 전반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정보기술(IT) 인프라 강국이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한 전략은.
"제조업과 IT 인프라 분야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산업을 이끄는 기반 기술은 경쟁력이 취약하다. 대량 생산인 제조업 분야의 인력을 서비스업이 흡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신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창의성과 혁신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 시장이 경직적이고 금융산업 발전도 정체돼 있다. 정규·비정규직 구분을 없애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를 실시해야 한다. 정년제를 점차 폐지는 한편 임금체계도 연공서열제에서 능력제로 바꿔야 한다. 시간선택제와 재택 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대기업 성장의 혜택이 중소기업 등에 돌아가는 '트리클 다운(낙수효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낙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기 힘들고 서비스업 발전도 안 돼 내수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재분재 정책에 앞서 규제 철폐 등을 통해 국내 투자 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금융, 의료, 관광 등 각종 서비스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관치경제와 정경유착이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가 기업 중심의 시장 경제 원리에 이뤄지도록 시장 경제 시스템을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와 간섭을 철폐해야 관치경제와 정경유착이 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최대한 발휘해 국부와 국민 소득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사회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기업기부를 적극 유인해 존경받는 기업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투명하고 성숙된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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