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4차 산업혁명 혁신경쟁
한국, 겹악재로 '퍼펙트스톰' 위기
권위적 통치문화·리더십 극복
정치·경제 등 전분야 혁신해야
"효율·경쟁위주 추격전략 탈피
'퍼스트 무버' 새 성장전략 필요"
한국, 겹악재로 '퍼펙트스톰' 위기
권위적 통치문화·리더십 극복
정치·경제 등 전분야 혁신해야
"효율·경쟁위주 추격전략 탈피
'퍼스트 무버' 새 성장전략 필요"
![[창간 기획] ‘국가 개조’ 절호 기회… “과거 성장공식과 결별이 시작”](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0202100151788001[1].jpg "[창간 기획] ‘국가 개조’ 절호 기회… “과거 성장공식과 결별이 시작”")
지난달 24일 방문한 중국 쓰촨성 청두의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티엔푸소프트웨어파크' 내 스타트업 보육기관인'촹예창(창업장)'. 촘촘히 들어선 작은 사무실 안에는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진지한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이들은 보육시설 근처 아파트에서 한 달에 600위안(약 10만원)을 내고 4명씩 같이 살며 개발에만 매달린다. 이곳에서 '제2의 마윈'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심사를 거쳐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1년간 사무실 공간을 무료로 쓰고, 초기 자금도 지원받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내면 빈 손으로도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창업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러시아는 이제 '세상에 없는 산업'을 키우겠다는 각오로 뜨겁다. 국가 혁신 역량을 한 데 끌어모은 스콜코보 혁신센터에서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업이 살아있는 신장을 찍어내 사람에게 이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통을 자랑하는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선 기초과학 분야 석학들이 학문적 권위를 벗어 던지고 학생들과 창업에 나서고 있다. 아직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러시아는 '경제 현대화'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멀리 보며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던 중국 서부내륙과 러시아도 이처럼 혁신 바람이 거세다. 전에 없이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를 몰고 올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저성장·저고용이 굳어지는 '뉴노멀'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점에 대한민국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 마비와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 약화, 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사드 배치 관련 압박 등 대내외 악조건이 겹치며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퍼펙트 스톰'을 만날 위기에 놓여있다. 중국과 러시아 청년들이 혁신가의 길에 도전하는 동안 한국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채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향해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한국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선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혁신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새로운 혁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이미 과거 성장공식과의 결별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 50여 년 간 경제 성장을 이끈 '빠른 추격자' 전략은 중국 등 후발국의 급부상으로 더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개발경제시대의 유산으로 남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더는 '낙수효과'를 가져오지 못해 내수 부진과 저성장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권위적인 통치문화와 리더십 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 문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똑같이 승리할 수는 없다'는 '전승불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광범위한 참여와 대담한 실천으로 새로운 성장전략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뤄낸 유일한 국가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화된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기득권 세력으로 변해 국가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효율과 경쟁 위주의 추격 전략에서 벗어나 구체제를 혁파할 혁신과 신뢰 기반의 '탈추격 국가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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