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슈와 전망] `투명사회` 실천의 출발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27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투명사회` 실천의 출발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받고 있고, 연일 전직 관료, 기업 총수, 대학 총장이 포승줄에 묶여 국민 앞에 나타나고, 그리고 주말이면 여지없이 촛불과 태극기가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대권주자들은 정권 쟁취를 위한 엄청난 공약들을 이전 대선에서 해왔던 것처럼 외쳐대고 있다. 어느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차기 정권도 국민적 지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벌써부터 우리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 걱정이 앞설 뿐이다.
우리는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민주화를 정착시켰다. 지난 50여년 동안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지혜롭게 성취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이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예기치 못했던 사건의 연속으로 우리가 이뤄 놓은 성과들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오래 전부터 투명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1995년부터 매년 기업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패 관련 인식조사 결과와 애널리스트의 평가 결과를 집계해 공공 및 정치 부문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부패의 정도, 즉 '사적 이익을 위한 공적 직위의 남용'을 나타내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2007년 세계 180개 국가 중 43위로 나타났으며 2016년 176개 국가 중 52위로 추락했다. OECD 국가 순위를 보면 2007년 30개 회원국 중 25위였고, 2016년 회원국 35개국 중 29위다. 아시아 태평양 26개국 중 9위로 지난해에 7위 보다 2단계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비추어 볼 때 부패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으로 들어섰으나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좌절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경제발전 및 규모만큼 부패의 정도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진입했다고는 하나 부패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장통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사회의 투명성이 국제사회 및 해외 기업으로부터 문제가 되고 있고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국제적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칙을 무시한 일들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가,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준수하는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미국 및 유럽기업과 같은 전통적인 다국적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중국 및 인도기업들과 같은 신흥시장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는 '글로벌 리더십의 춘추전국시대'가 막을 내리는 2017년,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정도의 치욕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그러나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변화를 통해서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저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비롯된 대혼란이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투명한 사회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 각 주체는 개혁을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투명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 각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한 만큼 그 성과를 충분히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사회 건설을 위해서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시민 정신을 고양시킴임은 물론 시대적 변화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많은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우리사회를 진정한 선진사회로 이끌 투명사회 건설을 위한 외침이 없어 안타깝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더이상 부패한 국가의 구성원으로 남지 않도록 각종 규제로부터의 자유로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보다는 새로운 규제로 우리를 속박하려고 한다. 투명하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자유롭다는 것이기에 우리 사회, 기업,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최선을 다하고 자유로움 속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각자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무한 제공하는 투명사회를 만드는 멋진 공약들을 개발했으면 한다.
우리가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투명 사회를 이룩한다면 세계 모든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선진국가로 발전할 수 있고, 경제발전과 민주화, 그리고 투명성을 동시 달성한 모범 국가로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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