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날' 시행
연차·육아휴직도 어려운데
실현 가능성 놓고 '시큰둥'
중소업체 칼퇴근도 어려워
근본적 원인은 '낮은 임금'
구매력 하락·대출부담만 ↑
"소득증대·고용안정 없이는
일시적 효과만 생산할 것"
"실효적인 정책 개발 위해
중장기적 큰 그림 그려야"
연차·육아휴직도 어려운데
실현 가능성 놓고 '시큰둥'
중소업체 칼퇴근도 어려워
근본적 원인은 '낮은 임금'
구매력 하락·대출부담만 ↑
"소득증대·고용안정 없이는
일시적 효과만 생산할 것"
"실효적인 정책 개발 위해
중장기적 큰 그림 그려야"
'내수활성화' 대책 보니…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 중반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소비가 나빠지는 것을 보면 예상 지표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 이틀 전인 이달 21일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한 말이다.
23일 정부가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안'은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긴급 진화책으로 풀이된다.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해 조기 퇴근을 제안하는 등의 소비 촉진안이 포함됐지만 여론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문가들 역시 단기적 해법에 불과할 뿐이라며 보다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우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흘간 매일 30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하게 하자는 정부의 안에 대해 직장인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매주 하루를 '가정의 날'로 지정하는 등 조기퇴근 문화 정착을 시도하고 있지만,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공염불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차 휴가와 육아휴직 등 법으로 보장된 권리도 안 지켜지는 게 우리 직장의 현실인데 조기퇴근 정책이 실현되겠느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1세)는 "야근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쳐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정부에서 조기퇴근을 권장해도 직장인들이 혜택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중소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들 입장에선 인건비를 생각해서라도 선뜻 '칼퇴근'을 먼저 제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이 장기 근무가 아니라 일을 많이 하는데도 점점 얇아져 가는 지갑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활성화가 안 되는 근본적 이유는 물가상승 대비 명목임금의 상승이 낮아져 구매력이 하락하고, 최근 가계대출부담이 높아져 부동산 외 기타 소비를 위한 실질 구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며 "소득증대·고용안정·가계부채 경감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제시된 정책의 내수활성화 효과는 한계가 있고 일시적인 효과만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계층별 구매력 하락의 정확한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큰 그림을 바탕으로 실천력과 구체성을 겸비한 정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실효적인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집단의 소비가 문제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계층 간 소득과 소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걸 의미하는데, 중산층 이하의 집단이 점차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과연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지정한다고 해서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즐기고 소비를 할지 의문"이라고 일침을 놨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때로는 기다리고 하면서 일자리 대책 등과 연계해 큰 그림 안에서 일관성 있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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