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으로 무기한 가동중단
도크·부지만 남은 '유령조선소'
"업황 주시후 수주·M&A 고려"
도크·부지만 남은 '유령조선소'
"업황 주시후 수주·M&A 고려"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경남 사천의 SPP조선소가 24일 마지막 남은 석유화학제품선 한 척을 인도하면서 사실상 문을 닫는다. 수년간 이어진 수주 부진으로 일감이 바닥난 데다가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조선소 지원을 두고 금융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탓이다.
22일 조선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SPP조선은 24일 터키 선주사 야사에 석유화학제품선 한 척을 인도한 후 무기한 가동중단에 들어간다. 더는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말 SPP조선의 잔여 인력 240여명을 해고하고, 자산관리 인력 20명만 남겨둔 상태다. 사천조선소와 덕포 의장공장은 도크(Dock·선박건조대)와 부지 등만 남은 '유령 조선소'가 되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SPP조선은 당분간 도크를 가동하지 않는 '동면'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조선업황을 살펴가며 수주 재개나 인수합병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신규 수주 포기와 생산인력 전원을 해고한 점을 들어 우리은행이 SPP조선의 자산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 SPP조선의 자산은 통영과 사천 조선소, 율촌공장 등 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2005년 선박 건조 사업에 진출한 SPP조선은 조선업 호황기에 연간 선박 건조수가 50척에 이르며 한때 현대미포조선과 중형 석유화학제품선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수주 부진과 호황기 시절 과잉 설비투자에 발목이 잡혀 결국 침몰했다. 여기에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최대 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의 갈등관계도 한몫했다. 앞서 수은은 2015년 성동조선해양의 지원 문제를 놓고 채권단에 추가지원을 요구했지만 우리은행이 지원 불가 입장을 밝히며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빠졌다. 이후 SPP조선은 신규수주를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수은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거부해 신규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해 SPP조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전문가들은 중형 조선소들이 수주가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주 선종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형 선박 시장의 절반 이상, 전체 선박 시장에서도 결코 비중이 낮지 않은 벌크선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조선소들이 유조선 수주에만 주력하는 사이 일본 조선소들은 배를 기성품처럼 찍어내는 표준선박 개념을 도입해 설계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중국과 함께 벌크선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며 "한국도 벌크선 생산을 특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선종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