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유동성 확대공급 영향
작년 말보다 6조1277억 증가
미래 불안감 등으로 소비 위축
통화승수·유통속도 역대 최저
작년 말보다 6조1277억 증가
미래 불안감 등으로 소비 위축
통화승수·유통속도 역대 최저
시중에 풀린 돈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장기화와 유동성 확대공급 등에 따른 것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노후준비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돈이 돌지 않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화폐발행잔액은 103조5100억원(말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6조1277억원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00조원 선을 넘어선 것이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발행해서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에서 환수한 금액을 뺀 잔액이다. 즉 한은으로 돌아오지 않고 남아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규모를 말한다.
화폐발행잔액은 통상 매월 1조원 가량씩 늘었지만, 지난달엔 설 자금 방출 등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2008년 30조원을 넘어선 이래 2010년 40조원, 2012년 50조원, 2013년 60조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화폐발행잔액 중 지폐는 101조316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5만원권이 79조9720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77%에 달했다.
5만원권은 지난해 말 이후 한 달 새 4조1969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행액은 22조8300억원으로 2009년 첫 발행 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20조원을 돌파했던 2015년(20조5700억원)보다도 11% 증가했다.
1만원권의 잔액은 17조9645억원으로 한 달 새 1조7198억원 늘었다.현금뿐 아니라 예금 잔액 등을 합친 광의통화(M2)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평균잔액(원계열 기준)이 2342조62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2182조9119억원보다 7.3%(159조7094억원) 증가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특히 5만원권 발행 이후 자기앞수표 수요가 줄고 5만원권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화폐발행잔액도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어도 소비 등을 통해 돈이 돌지 않고 은행에 고여만 있다는 얘기다.
본원통화가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지난해 12월 16.7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통화의 유통속도(국내총생산·M2)도 지난해 9월 말 현재 0.69로 역대 최저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