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끄지 않는 연구실
세계 최초 개발 제품만 9종
확보한 특허도 2000개 넘어
올 연구개발 최대 400억 투입
중국과 협력도… 성과 기대
세계 최초 개발 제품만 9종
확보한 특허도 2000개 넘어
올 연구개발 최대 400억 투입
중국과 협력도… 성과 기대
세계로 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1) 주성엔지니어링
[디지털타임스 김은 기자]
한때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산업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대규모 적자 사태로 장비 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갔지만,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 가는 장비산업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이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생존하는 법을 살펴본다.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주성엔지니어링은 몇 년 만에 찾아온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호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하다. 24시간 연구소의 불을 끄지 않고 있을 정도다.
지난 설에도 연휴를 반납한 채 교대 근무를 하며 장비를 생산할 정도로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본사. 건물 벽면에는 가로 13m, 세로 9m의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 곳곳에 '교육 없이 혁신 없고 혁신 없이 1등 없다', '남만큼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등 문구가 적혀있어 이 회사 황철주 대표의 열정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국산 나사 하나조차 반도체 장비에 사용할 수 없던 1993년 황 대표가 처음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1995년 정식법인이 됐다. 이 회사는 황 대표의 '창조적인 생각과 혁신적인 기술로 세계 최초의 1등 제품을 만들겠다'는 구호 아래 반도체를 넘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최근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산업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주성은 첫해 1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을 3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시켰다. 2007년 태양광 산업에 진출했고 2010년 매출액 423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주성이 잘나가던 시절만 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주요 거래처와 거래 단절로 시련을 겪었고 2011년부터 태양광 산업이 꺾이며 태양광 장비를 샀던 중국 업체들이 대금을 주지 않아 1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는 위기를 겪었다. 이어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침체는 회사에 자칫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2015년 5년 만에 다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2682억원, 영업이익 379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2.7%, 영업이익 148.3% 증가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런 주성의 힘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에서 나온다. 본사 8개 건물 가운데 6곳이 연구개발 공간이고, 확보한 특허는 2000개가 넘는다. 특히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만 9종이다. 주성은 올해에도 300억~4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주성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원자층증착장비(ALD)를 2005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SK하이닉스에 공급했다. 이후 반도체 미세공정이 발전할수록 주성의 저력이 드러났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OLED봉지증착 장비로 명성을 얻기 시작해 지난해는 첫 중국 수출 성공하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주성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목표로 뛰고 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의 원천 기술을 확보한 만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의 훈풍에 힘입어 일본을 제치고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목표다.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한 연구 개발도 지속해 다가올 신재생 에너지 시대를 선도할 계획이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만큼 OLED 분야로 기술 확장응용이 쉬웠고 성과도 빨리 이뤄냈다"며 "OLED 시장에 참여한 중국 업체들과 현재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도 이 성과도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기자 silve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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