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시론] `자동차 벤처 창업 생태계` 만들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2002102351607001[1].jpg "[시론] `자동차 벤처 창업 생태계` 만들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된 후 곧바로 자국의 자동차산업의 생산기반을 확충하는데 노력을 쏟고 있다.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려고 하며 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자 한다. 멕시코의 이익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거의 협박수준으로 보이는 그의 압력에 이미 미국 자동차기업인 GM, Ford뿐만이 아니라 일본 토요타나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미국에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과연 세계경제는 물론 미국경제에도 도움이 될지는 의심스럽지만 일단 미국 내 생산이 늘 것이니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던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은 자국의 대통령의 조치에 만족할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가뜩이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다시 심기일전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지난 2월 7일 자동차산업발전위원회가 발족했다. 주형환 장관을 비롯해 완성차 5사 대표와 부품업체 조합이사장, 연구원장, 교수들이 참석했으며 앞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자동차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자동차규제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산업도 발전시키고 소비자인 국민도 만족할 만한 정책이 개발돼야 하겠다.
필자가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석해 건의한 내용은 자동차분야의 창업이다. 창업을 크게 젊은이들이 새로 도전해 창업하는 벤처창업과 기존의 자동차개발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들의 창업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각각에 필요한 정책이 상이하다.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본다.
젊은이들은 자기가 흥미로워하고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몰두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새로운 지식을 쉽게 습득하고 이를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풍부하다. 다만 아직 아는 것이 적고 어떻게 지식을 습득할 것인지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 그들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쉽게 필요한 기초지식을 습득하도록 도울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자율주행이 중요한 자동차분야의 기술로 떠올랐는데 새로이 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여러 센서와 카메라에서 측정한 정보를 전달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예를 들면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관련 지식을 인터넷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해 주고 실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젊은이들의 자율주행관련 벤처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창업지원분야는 완성차업체나 부품업체에서 오랫동안 자동차관련 연구개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들의 창업이다. 많은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은퇴한 후 중국의 업체에 고용돼 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기술의 유출은 국내 대기업들의 우려사항이어서 은퇴예정자들의 능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유경험자들이 국내에서 기술컨설팅 회사를 만들어 중국 업체나 해외업체에게 기술을 정당한 대가를 받고 수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업체가 직접 고용하는 데서 오는 피해도 막을 수 있고 국내 기술컨설팅 회사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자신의 기술수준을 높여 국내 기술수준의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FEV같은 기술컨설팅회사가 전 세계 자동차기술을 리드하며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 좋은 모델이다.
필자도 2000년에 블루플래닛이라는 기술컨설팅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기술컨설팅회사가 존재하고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내부에서 기술을 개발하기를 선호한다.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우수하므로 당연하게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외부에 다양한 기술컨설팅업체들을 활용하는 것이 기술개발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도 많은데 이 문제는 계속적인 신기술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 어차피 외국의 기술컨설팅 업체들이 이 업무를 할 것이므로 기술유출이 아니라 기술수출이라고 보는 시점이 필요하다.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가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인력과 비용의 낭비일 수 있다. 주요 분야에 기술컨설팅회사들이 포진하고 이들이 빠르고 유연하게 개발한 기술을 좀 더 낮은 비용으로 국내 업체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으면 자동차분야의 경쟁력이 증가할 것이다. 국내에 이런 벤처나 기술컨설팅회사를 육성하지 못하면 결국 해외에서 고액을 지불하고 기술을 수입해야 한다. 자동차 관련 벤처와 기술컨설팅회사가 활발하게 기술개발을 하며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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