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분해냐 공룡부처냐 … 과기·ICT 품은 '미래부' 미래 어디로
ICT전문가, 과학기술 - ICT 분리 주장
"부처별 ICT기능 나누는 건 비효율적"
문화ICT부 신설·방통위 조정안 제시도
ICT전문가, 과학기술 - ICT 분리 주장
"부처별 ICT기능 나누는 건 비효율적"
문화ICT부 신설·방통위 조정안 제시도
■ 긴급진단 `ICT 컨트롤타워` 어떻게 할 것인가
(2부) 엇갈리는 ICT 정부조직 개편안
최근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리며 올해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 세미나만 벌써 5차례 열렸다. 이미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된 ICT 컨트롤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부의 공중 분해부터 다양한 ICT 관련 정부 정책기능을 한 데 모은 '통합 부처 신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밑그림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과학기술과 ICT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을 내세우며 출발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각 분야는 더 침체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분야가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부활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키도 했다.
세부 방안은 엇갈리지만, 상당수의 ICT 전문가들은 과학기술과 ICT를 분리하는 동시, 여러 부처로 분산된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디바이스(D) 정책 기능을 통합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ICT와 방송·미디어 정책 분야는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나눠 담당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내장형 소프트웨어(임베디드SW)를, 행정자치부가 전자정부와 빅데이터를,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 등 콘텐츠를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ICT 정책기능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보문화부'(가칭) 신설을 주장하는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현 미래부에서 과학을 분리하고, 국무조정실이 가지고 있는 주파수 정책기능, 문체부의 콘텐츠, 행자부의 국가정보화, 산업부의 창의산업 기능을 흡수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방통위 기능도 정보문화부로 이관할 것을 제안했다. 현 방통위는 공영방송만 담당하는 공영방송위원회로 변경하자는 안이다.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는 '문화ICT부' 신설과 방통위 기능조정안을 제시했다. 이 안 역시 문화ICT부가 방송, 통신, 인터넷, 콘텐츠, 게임, 영상, 소프트웨어 진흥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방통위에는 방송사에 대한 인허가와 감독기능, 인터넷과 통신이용자 보호 기능을 남기는 내용을 담았다. 심 교수는 "ICT 산업을 두고 정부 조직을 여러 군데로 나누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ICT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려면 기술 간 융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ICT가 분리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 미래부 존치 안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학계에서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을 담당하는 부처가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데, 우리는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한 미래부가 이를 담당해왔다"며 "과기부와 정통부 부활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 역시 최근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합"이라며 "일각에선 과학과 ICT의 독립부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과학과 ICT 융합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예 ICT 정책기능을 분산시키자는 주장도 있다. 사실상 미래부 해체나 다름없는 안이다.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현재 모든 부처가 정보화를 추진하는 만큼, 각 분야의 ICT 활용은 해당 부처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미래부의 ICT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분산시키고, 방통위의 규제업무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능을 결합해 신설 방송위원회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학기술의 경우, ICT와 관련된 것이라 할지라도 학문의 영역에 가까우니 이전처럼 교육과학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도 "IC T분야 자율성을 위해 과감하게 ICT 주무부처를 만들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며 "언제까지 정부 주도의 ICT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칼을 휘둘러야 하냐"라고 말했다.
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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