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디지털산책] 향후 5년 `IT정책 비전` 밝혀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15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향후 5년 `IT정책 비전` 밝혀라")
연일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요동을 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3월 내에는 대통령 탄핵 심판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하니, 만약 탄핵 인용이 결정되면 한 여름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될 판이다. 낌세가 어떠한지, 각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활발한데, 깜짝 놀랄 합종연횡이 곧 잇따르게 될 것이다. DJ 정부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IT정책은 사실 지난 두 정부 기간 동안 그다지 새로운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 12월 미래창조부에서 발표한 2017년 전체 국가정보화 예산은 5조2085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됐으며, 특히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지능정보기술에 총 1조333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다고 한다. 전체 예산 가운데 중앙행정기관이 4조1000억원, 지방자치단체가 1조1085억원을 투입하는데, 각 규모도 작년 대비 비슷한 규모로 증액됐지만, 문제는 신규 사업이 통상 중앙 정부는 10%를 넘지 않으며, 지방정부도 15% 정보 수준이라는 점이다. 행정자치부는 클라우드 기반의 제 3정부통합센터 구축, 법무부는 출입국관리 시스템의 강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문헌 약 20만권의 디지털화,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정보 사이트인 워크넷의 사용성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계속 사업 내용들이다.
최근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관하여, 작년 12월말 제8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의결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확정하고, 콘트롤 타워로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민관합동 '4차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한다. 종합대책을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려우나, 기반 기술의 글로벌화, 산업의 지능정보화, 사회 정책 및 제도의 정비를 위해 약 20조원의 4차 산업혁명 투 융자 프로그램 투입해, 2020년까지 최근 각광 받는 각종 기술 관련돼 글로벌 스타 벤처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과연 이 두 가지 적절히 병행될 수 있을까? 이미 국가정보화 예산의 대부분을 소진하는 중앙 정부는 계속 사업과 소수의 신규 사업에 발목이 잡혀있다. 금년 4월 4차 산업혁명 관련 각종 전략이 구상된다고 하나, 신규 사업의 비중으로 볼 때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재 국가정보화를 이끌고 있는 미래창조부의 운명이 다음 정권에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 아닌가? 외국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직접민주주의, 전자민주주의를 외칠 정도로 IT를 이용한 가히 혁신적인 발상과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작동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IT 정책은 이미 오래 전에 잡힌 틀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4차 혁명으로 치닫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IT 정책은 구태의연하고, 제대로 집행될지도 불확실하며, 새 정부에서 콘트롤 타워가 누가 될지도 불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각 대권 주자들은 구체적인 우리나라의 IT 정책에 관한 비전을 밝혀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을 어느 수준까지 진행할 의사가 있는지, 추진 주체 및 거버넌스는 어떻게 가져갈지, 정부와 민간의 조율 및 협력적 관계는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고립에서 벗어나서 국제적인 협력과 제휴의 가치관은 어떠한지, 이러한 새롭게 바뀌는 국가의 모습은 어떠할지 등 너무도 중차대하고 시의적으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힐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각 후보들에게 걱정되는 면은, 특정 후보가 IT 전문가 경력이 있다고 해서, 특정인에게 유리한 어젠다라고 치부하거나, 기술자들이 알아서 추진할 일이지 자신은 문외한이니 다른 분야에 치중하겠다는 IT 등한시 태도다. 조기 대선이 성사될 경우,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도 꾸릴 여유도 없이 곧바로 국정 운영에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모든 대선 주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창하는 탈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실현에 구체적인 IT 역할과 실현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훌륭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도 지난 10년 동안 답보상태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범용 컴퓨터 언어 교육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다양하고 상당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자본, 국제적인 연계 전략, 하드웨어 업체와의 협력 전략 등 포괄적인 안목과 비전을 가진 향후 5년의 IT 비전과 정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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