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 평가 방법 따라 실적 좌우 … 유가 안정돼야 유리"
업체별 '선입선출'-'총 평균법' 사용
정제마진이 정유사 수익 '좌지우지'
휘발유값 리터당 2000원대에 적자
작년 1402원일때 영업익 사상최대
"유가 치솟아도 재고평가 도움 안돼"
업체별 '선입선출'-'총 평균법' 사용
정제마진이 정유사 수익 '좌지우지'
휘발유값 리터당 2000원대에 적자
작년 1402원일때 영업익 사상최대
"유가 치솟아도 재고평가 도움 안돼"
![[알아봅시다] 정유사 재고평가이익 `오해와 진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1302101832781001[1].jpg "[알아봅시다] 정유사 재고평가이익 `오해와 진실`")
![[알아봅시다] 정유사 재고평가이익 `오해와 진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1302101832781001[2].jpg "[알아봅시다] 정유사 재고평가이익 `오해와 진실`")
지난해 정유업계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동시에 저유가로 주유소 기름값도 저렴해 물가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난 여론도 없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정유업계 실적 상승의 주요인으로 재고평가 이익을 꼽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일 때 샀던 원유가 40달러로 올랐다면 그만큼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국제유가가 올라야 정유사들의 매출이 늘면서 실적이 좋아지고,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는 좋지만 정유사들의 이익은 줄어 울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유업체는 유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절대 아니라며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이 같은 오해가 발생하는 주요인 중 하나인 재고평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재고란 '팔지 않고 창고에 쌓아둔 제품'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쌓아둔 재고도 분명 가치는 있습니다. 이 재고 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가 변합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산 원료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정유사들은 재고평가를 해 실적에 반영합니다.
자세히 보면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재고 자산은 보유 중인 자산과 생산 중인 자산, 사용할 원재료나 소모품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재고자산 평가 방법은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크게 '선입선출법'과 '총 평균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선입선출법은 판매하고 남은 재고를 최근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으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총 평균법은 해당하는 분기 초에 있는 재고와 그 분기의 매입을 평균해 매출 원가로 반영하고, 남은 기말재고 물량을 다음 달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유가가 급락했을 때 회계상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럼 산술적으로는 유가가 올라야 재고 평가에 도움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과거 2012년 2분기 당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대까지 올랐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작년 휘발유 평균값은 1402원에 불과했지만,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정유사의 수익을 정제마진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정제마진은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했을 때, 공급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가가 높아도 원재료의 가격이 여전히 높다면 이윤을 남길 수 없어 이익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듭니다. 판매가는 오르고 원료의 가격이 그대로이거나 하락하는 경우에 한해 일부 이익이 생길 수 있지만 이마저도 극미한 수준이고, 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정유업체의 설명입니다.
그렇다고 재고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바로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는데 보통 1~2개월가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기간에도 원유 가격은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배럴당 30달러에 구매한 원유가 현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기간 중 배럴당 50달러로 가격이 상승했다면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20달러 만큼 이익을 얻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래깅효과는 이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제 석유제품을 판매했을 때 거둬들이는 마진이 커져 발생합니다.
결국 국제유가가 쌀 때 원유를 사서 휘발유 가격이 비쌀 때 판매해야 평가이익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구조상 정기보수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1년 내내 원유를 들여오고 정제해서 판매하는 만큼 일일이 시세차익을 계산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국제유가의 변동성 때문에 정유 사업을 투자의 개념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유업체 역시 결국 다른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에 재료를 사고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어 잘 파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정유업체 사람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점이 '국제유가가 올라 전반적인 소비·생산 물가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정유업계만 웃음을 짓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오르는 것보다 그냥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합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자료제공=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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