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한양대 겸임교수, 수앤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 대표
![[시론] 기업 강점에 `소프트파워` 입혀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0902102351607002[1].jpg "[시론] 기업 강점에 `소프트파워` 입혀라")
수앤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 대표
우리나라는 최근 대통령 탄핵정국 등 정치적으로 큰 시련을 겪으며, 미국, 중국 등 주요 무역대상국들의 보호무역정책 실행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매우 불안한 상황을 맞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와 부의 불균형, 그리고 인구절벽 등 내수경기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에는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음과 동시에 전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피할 수 없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걸고 4차 산업혁명에 일찌감치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여러 가지 내외부 변수들로 인해 주춤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2011년 일찌감치 혁신전략(A 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을 발표해, 무선 이니셔티브(Wireless Initiatives)를 통해 무선인터넷 사용률을 높이는 한편 어플리케이션 확대를 꾀하고, 특허출원의 기간단축, K-12 교육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훈련 및 양성에 필요한 예산지원, 청정에너지 연구개발 지원, 기업가 정신 고취 및 창업자금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더욱더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며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기업인 제네럴일렉트릭(GE)은 10년전 주력사업이던 플라스틱부문을 매각하고, 최근 가전사업도 중국의 하이얼에 매각했다. 이제 GE는 명실공히 소프트웨어기업으로서 지난해 2월에 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브랜드인 프리딕스(Predix)를 공개했다. 미국의 기업들뿐 아니라 독일의 지멘스는 스마트공장을 주도하고, 보쉬 또한 오랜 기간 축적된 자동차부품 제조 노하우를 이용해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다른 기업에 공급하는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후지쓰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화낙(Fanuc)은 산업용 로봇분야의 세계 1위 업체로 지난 반세기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일교포 출신 사업가인 손정의씨의 사업연혁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4살의 나이에 종합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소프트뱅크를 설립, 13년 뒤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고, 이를 통해 야후재팬을 설립하며, 중국의 알리바바에도 투자를 한다. 2004년에는 닛폰텔레콤과 2006년에는 보다폰재팬을 인수하게 된다. 이후에 알리바바를 통해 손회장은 수천배의 투자수익을 얻었고, 보다폰재팬인수를 통해 2008년 일본내 아이폰 판매독점권을 획득하는데 포석을 뒀다는 후일담이 있다. 최근에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약 35조원에 인수하여 소프트웨어 M&A역사상 최대규모의 딜을 성사시켰다. 이렇듯 손정의 회장의 M&A이력을 보면 기업이 변모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다. 자칫 잘못 이해하는 경우에는 손회장의 사업확장이 전문성이 결여된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글로벌 유통망 구축과 소프트웨어 주도의 사업재편으로 축약된다.
미국의 시가총액 부동의 1위 기업은 애플이다. 구글이 2위, 마이크로소프트가 3위로 바짝 추격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시대가 이미 선진국에는 도래했다. G2국가 중 하나인 중국의 경우에도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완다그룹과 함께,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을 조용히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중반 소위 차/화/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자동차, 철강, 정유, 석유화학, 조선해양의 주력사업들이 차례차례 중국에 추월 당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마저도 샤오미와 같은 중국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추격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으로 축약된다. 주요기술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로봇, 공유경제, 드론 등이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은 산업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일본은 로봇 중심의 사물인터넷, 독일은 공장 고성능 설비 및 기기연결 데이터 공유, 중국은 스마트 제조 전환 및 유통혁명 등으로 각각 잘 할 수 있는 고유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이뤄 낼 수 있는 소프트 파워인 교육과 노동시장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기업들은 각자의 고유분야에 소프트 파워를 접목시켜 스마트시대에 스마트한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