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라운딩 골프`의 정치학](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09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라운딩 골프`의 정치학")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골프를 사랑한다. 주말이나 휴가 때 골프장을 찾는 일이 매우 자연스럽고, 외국 정상과의 미팅도 종종 골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골프광이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재임 중 조지아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을 12번이나 찾아서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골프 치는 대통령이 거의 없었다. 박정희와 전두환 대통령이 골프를 즐겼지만 그 뒤 많은 대통령들이 공무원 골프 금지령을 고수했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접대 아니면 향응의 대명사였다. 공직자가 골프장에 갈 때 남의 차에 편승해 가고 참가자명단에 당당하게 제 이름을 쓰지 못하는 나라. 심지어 그린피를 각자 계산한 뒤 식사 때 그린피 넣은 봉투를 주최측이 되돌려 주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골프장에 암행감사가 뜨고 특정한 날 골프를 쳤느냐 여부가 논란이 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취임 후 국제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중동 7개국인들의 미국입국 금지, 멕시코국경에 장벽 쌓기, 트럼프의 호주총리와 멕시코 대통령과의 '막말 통화' 등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가 기존의 세계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미국내 투자를 약속하고 우방국들은 트럼프와의 정상 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베의 골프 구애… 팜비치 별장서 트럼프와 라운딩' 타이틀의 기사다. "팜비치에서 골프를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오는 10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연 뒤 다음날 플로리다에서 골프 라운딩 일정을 조정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중앙일보, 2017. 2. 3).
두 정상의 골프회동은 지난달 28일 양자 간의 전화 통화 시 트럼프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통화하면서 아베가 골프 드라이버를 선물한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이에 아베가 "언제 함께 라운딩 하자"고 말하자 트럼프는 "2월에 워싱턴은 추워서 골프를 할 수 없다. 11일 팜비치로 옮겨서 하자"고 제안했다. 골프 코스를 한 바퀴 도는 데는 4시간쯤 걸리니까 골프회동은 최소 5, 6시간을 담화하면서 함께 보내는 일이니 그만큼 외교적 성과도 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운동을 라운딩(rounding)이라고 말한다. 18홀을 한 바퀴 도는 게임이라 라운딩이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라운딩은 콩글리시다. 중1 수준이면 round를 다 안다. 라운드는 1. 형용사로 round table(원탁)처럼 "둥글다"는 뜻이다. 2. 동사로 "건물이나 길 모퉁이를 돌다", 또는 "무엇을 굽히다"는 뜻이다. 3. 복싱과 레슬링 경기에선 The fight only lasted five rounds.(그 시합은 다섯 라운드 밖에 가지 못했다)처럼 경기 단계를 뜻하고, 골프에선 "완전한 한 경기(a complete game of golf)"를 가리킨다. 그는 일요일 아침 골프를 쳤다(He enjoyed a round of golf on Sundaymorning). 한 용례다.
라운딩(rounding)은 round의 동명사형이다. 영어 round가 골프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의미하는 줄로 오해하고 만들어낸 콩글리시다. 그러나 동사 round에는 골프친다는 의미가 있지 않다. 영어 rounding은 r이나 v를 발음할 때 입술을 둥글게 입안으로 말아주는 행위를 뜻한다. 술꾼들에게 라운드는 동료들에게 한 잔씩 음료를 돌리는 일을 가리킨다. It's my round(내가 쏠게). 곧 It is my turn to pay for the next set of drinks와 같은 말이다. I'll buy this round. 라고 말해도 된다.
골프 매니아 트럼프와 아베의 팜비치 라운드 회동은 두 정상의 개인적인 신뢰를 돈독하게 만들 것으로 외교가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환율과 통상문제 그리고 안보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일본의 엔화약세와 대일 무역 적자 확대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반면 아베는 미일 동맹 및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미 포괄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격동하고 있는 국제환경 속에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찍이 헨더슨(Gregory Henderson)은 한국 정치를 vortex(소용돌이,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권력을 향해 모든 활동요소들이 휘몰아치는 형국)에 빗대어 '소용돌이 정치학'이라고 불렀는데, 반세기가 지난 작금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치고 있으니… Quo Va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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