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디지털산책]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기루](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08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기루")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직접 언급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가장 중요한 공약과도 같은 취급을 하기도 하고, 또한 이에 대한 반박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거의 '광풍'이라고 할 수준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정말 이게 '4차 산업혁명'은 맞을까? 2016년부터 제기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들의 뿌리는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있었던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적인 명성의 이 회의에서 이 회의를 창설한 클라우스 슈밥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진화'를 4차 산업혁명의 요체로 언급하면서, IoT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서 새로운 사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는 기존의 1~3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1차 산업혁명을 기계화 혁명와 기계적인 생산체계의 도입을 핵심으로 보았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으며, 3차 산업혁명에서 전자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화가 진행된 것을 중요한 혁명적 분기점으로 봤다. 그런데,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 커다란 유행어가 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 2016년 3월에 있었던 소위 '알파고 쇼크'부터가 아닌가 싶다. 인공지능 기술의 급부상을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우리 국민들에게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의 바둑 고수인 이세돌 9단을 무난히 꺾는 사건은 굉장히 커다란 충격을 주게 됐고, 이 사건은 그 이전에 발표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상기시키며 마치 급격하게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개인적으로 혁신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고, 인공지능 기술이나 블록체인 기술 등으로 앞으로 사회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4차 산업혁명'의 열풍이 달갑지 않은 것은 이를 이용해 뭔가를 챙겨가려는 듯이 보이는 사람들과 조직들이 너무 많아 보여서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산업혁명' 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몇몇 산업이 갑자기 등장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활방식과 가치관, 사회적 합의가 새롭게 필요한 수준의 커다란 변화가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믿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3단계'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필자가 주장하는 3차 산업혁명은 세계경제포럼에서 정의한 전자공학과 전자제품, IT산업 중심의 3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인터넷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분산화와 공유, 참여와 협력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혁명이다. 3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으며, 일반경제이론의 '희소성 법칙'과 크게 다른 '풍부함의 법칙'으로 돌아가는 디지털 경제가 핵심이 된다. '3차 산업혁명'은 4단계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지나간 1단계는 온라인 뉴스, 음악 스트리밍 등 미디어와 광고의 변화였고, 2단계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소셜 커머스 등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바일 혁명이 핵심이 된다. 그리고 다가오는 3단계에는 1단계, 2단계의 변화가 전화, 자동차, 집 등 현실 세계 사물에 연결되어 그 파급력이 확대되는데, 이를 '4차 산업혁명'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 뒤에는 4단계 변화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3단계까지의 변화를 바탕으로 생활 방식, 사회 제도, 이데올로기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 산업혁명의 4단계가 지금 당장은 일어나기 어렵다. 아마도 현재부터 사회혁신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서 2040~2050년 정도 돼야 사회적 합의가 되는 4단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방식이라면 이 단계는 '5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의 폭풍우 속에 이미 들어가 있는 셈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새로운 신기루를 찾아서 한탕을 노리려 하지 말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더 필요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니 기본소득제 등의 논의를 포함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 교육의 근본적인 혁신과 다양한 변화를 감내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는 이미 우리 주변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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