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
![[시론] 탄핵정국, `결자해지의 용단`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0302102351607001[1].jpg "[시론] 탄핵정국, `결자해지의 용단` 필요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이 진행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가 설 주말의 임시 휴지를 끝내고 이번 주말부터 상호 맞불의 성격이 강화되어 경쟁적으로 광장정치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탄핵 찬반으로 분열된 정치적 갈등은 적어도 대선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며 아마도 대선 후에도 치유되기 힘든 아픈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이러한 국민적 갈등을 대선 정국에 이용하여 당파적 이익을 추구하려 할 것이므로 한층 구조화될 것이다.
진보 보수간의 이념적 갈등 양상이 이미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탄핵심판 결과가 설상가상으로 사회균열구조를 더욱 첨예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탄핵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권의 이해관계는 물론 촛불 및 태극기 시위의 참여자들 그리고 사회 전반에까지 확산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설 명절 밥상에서 부모와 자식들 간에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탄핵 논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질 정도로 세대갈등 양상으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31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박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정치적 불안전성은 예년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큰 경제심리 위축 등을 통해 고용, 생산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주요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의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자못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조선업의 위기와 수출 부진, 청년실업 등으로 장기 불황에 빠진 한국경제는 탄핵정국의 불안정성으로 더욱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것이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이 사회균열구조를 확대 재생산하고 경제위기를 장기화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더 이상의 논쟁과 갈등은 정치뿐만이 아니라 사회경제마저도 근본적인 위기 상황에 처하게 할뿐더러 궁극적으로 국가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대통령 탄핵사유에 대한 법리논쟁마저도 무의미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촛불시위로 되찾은 국민주권과 시민민주주의, 태극기시위로 발효된 충성심 모두가 사라질 수도 있다.
탄핵정국을 매듭짓고 조속히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 국정을 안정화 시키는 일이 매우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임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진정으로 애국심이 있다면 이쯤에서 결자해지의 용단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것이다. 본인이 잘했건 못했건 또는 옳고 그르던 간에 모든 것을 짊어지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국가가 절대적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 모든 책임을 스스로 떠안고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탄핵 대상인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는가 하는 법리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보다 앞서는 정의의 실행이고 법리상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보여진다. 피청구인의 현직사임에 따라 탄핵 대상이 사라진 것이고 청구인인 국회는 탄핵청구를 아량으로 취하하면 될 것으로 사료된다. 탄핵이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현실적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환경을 이미 상실한 것만은 분명하다. 임기 연장이나 재판 지연 노력은 구차하기만 한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하원에서 탄핵을 결의하고 상원에서 최종 결정하려던 순간에 사임을 했다. 닉슨은 미국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되는 것을 면하기도 했고 후임자에 의해 사면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도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격의 실추와 국민적 자긍심의 훼손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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