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피에 보상 공지 안하고
피해사실 직접 입증 요구
민원신청해야 구제 가능
전자금융거래법 개선 필요
피해사실 직접 입증 요구
민원신청해야 구제 가능
전자금융거래법 개선 필요
# 미래에셋대우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던 A씨는 지난 1월 2일 B종목을 매도하기 위해 MTS에 접속했으나 어쩐 일인지 접속이 되지 않았다.
통합 후 전산장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급한 마음에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지만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투자자들의 전화가 빗발쳐 상담원 연결이 쉽지 않았다.
결국 B종목을 매도하지 못한 A씨는 2주가 지난 후에야 어렵사리 상담센터와 연결이 닿아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A씨는 보상을 받게 될 것이란 생각에 안도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보상과 관련된 공지 한 번 없이 투자자가 전화를 해야만 보상을 해주나 하는 생각이 들어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통합 후 첫 거래일부터 전산오류를 낸 미래에셋대우의 안일한 보상작업에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이같은 조치는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저촉되는 행위지만 회사측은 법을 우회해 이용자 피해 보상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국 역시 피해보상과 관련한 감독이나 징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손해 억울한데 피해 사실 셀프 입증=지난달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2일과 3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 접속오류로 주식을 매도·매수하지 못한 피해자 규모를 추산하고 이에 대한 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홈페이지 어디에도 보상과 관련한 공지를 찾아볼 수 없고, 직접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어 손실을 주장하는 피해자에게만 보상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전산오류를 낸 회사가 먼저 나서서 피해보상을 해 주기는커녕 민원을 제기해야만 보상을 해준다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보상 관련 상담센터가 있으면 공지를 해 주든가 해야지, 그런 것도 하나 없이 전화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에게만 살짝 알려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투자자는 "보상 신청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로운데다 피해 사실을 투자자에게 직접 증명하라고 한다"면서 "전산 오류로 손해를 본 것도 환장할 노릇인데, 사과는 고사하고 이것저것 따지며 '진상고객' 취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보상을 신청하는 피해자에 대해 매도 시점, 희망 매도가 등을 적시하라고 요구하고, 사실관계를 투자자가 입증할 수 있는 증빙도 함께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상담센터를 통해 손실을 입었다고 연락해오는 분들과 전산오류 당시 연락처를 남겨둔 분들을 대상으로 피해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며 "당시 전산오류와 관련해 워낙 기사가 많이 나가서 별다른 공지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산오류 이용자 구제법령 미흡=금융회사의 전산 사고 등은 전자금융거래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이나 이용자 보호는 허술하거나 미미하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제 2조 18에서 전산오류에 대해 '이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 없이 전자금융거래가 전자금융거래계약 또는 이용자의 거래지시에 따라 이행되지 아니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 8조에서는 금융회사가 스스로 전자금융거래에 오류가 있음을 안 때에는 이를 즉시 조사해 처리한 후 2주 이내에 오류의 원인과 처리 결과를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이 법 제 43조 2항의 2에 따라 금융회사 허가나 등록을 취소하는 철퇴를 내릴 수 있다. 아울러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며 개인과 법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둘 다 처벌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엄벌일 뿐, 정작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에 대한 별다른 손해배상이나 피해 보상 규정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셋대우와 같이 '가만히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현재 전자금융거래 비중이 90%를 넘어섰고 은행의 경우 실시간 이체, 증권사는 실시간 매도·매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때문에 전산 오류나 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그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데, 법인에 대한 제재만 규정하고 정작 이용자에 대한 보호규칙은 마련하지 않은 것이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도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전산사고 후 일괄적으로 피해보상 접수를 실시하거나 보상기준, 사례를 제시하는 체계적인 방식이 아니라 미래에셋대우와 같은 '맨투맨식'의 응대를 하고 있다"면서 "보상과 관련한 기준이나 피해자 구제방안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 앞으로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은성·김민수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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