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게임 인허가 '무기한' 연기
작년 10월 이후 5개 미만 통과
기존 서비스 중인 수천개 게임
판호 의무화에 줄줄이 대기중
"실태 파악 등 대책 마련 시급"
작년 10월 이후 5개 미만 통과
기존 서비스 중인 수천개 게임
판호 의무화에 줄줄이 대기중
"실태 파악 등 대책 마련 시급"
게임도 '한한령'(限韓令) 여파에 중국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국내 게임은 중국 현지 기업을 통해 마치 중국 게임처럼 서비스돼왔기 때문에 한한령 안전지대에 있다고 판단했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도 규제 장벽을 높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초까지만 해도 1~2개월이면 획득할 수 있었던 중국 정부의 판호(版號. 일종의 인허가)가 최근 들어 발급 시기를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한' 지연되는 상황이다.
판호는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중국국가신문광전총국이 자국·외산 게임(온라인, 모바일, 콘솔)에 발급하는 것으로, 작년 7월부터 '권고' 사항으로 뒀던 모바일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PC 온라인게임처럼 '의무'로 변경했다. 판호를 받지 못하면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할 수 없다.
광전총국에 따르면 작년 발급한 판호는 총 4161개로 이 중 우니나라 게임은 0.72%인 30여 종에 불과하다. 판호를 획득한 게임의 93%(3862개)가 중국 게임이다.
특히 모바일게임 판호 획득이 의무화됨에 따라 판호 없이 서비스 중이던 수 천개의 중국산 모바일게임도 줄줄이 판호를 신청하고 대기 중인 상황에서 '한한령'이 등장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판호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중국은 작년 7월부터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내 한류 규제 강화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으며, 작년 말부터 이른바 '한한령'을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한한령에는 △한국 단체의 중국 내 연출 금지 △신규 한국 연예기획사에 대한 투자 금지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한국 아이돌의 공연 금지 △한국 드라마·예능 협력 프로젝트 체결 금지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중국 내 송출 금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한령 여파가 이제 게임산업에도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판호 획득에 걸리는 기간이 작년 하반기 4~5개월로 늘어나더니 한한령이 강화된 지난 11월 이후부터는 소요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실상 '무기한' 발급을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 4일 판호를 획득한 모바일게임 '라그나로크 모바일'(그라비티)의 경우, 판호를 받는데 약 10개월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10월 이후 중국 정부의 판호를 통과한 한국 게임은 5개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텐센트 등 현지 유력 대형 게임 배급사들이 아니면, 일반 현지 배급사들은 한국 게임 판호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울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한령이 계속될수록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대형 게임사들의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영향력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판호 한파' 영향으로 중국 진출 전략을 직접 개발한 게임을 수출하는 것에서 지적재산권(IP) 수출 위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판호를 획득한 '라그나로크 모바일'의 경우, 서비스만 중국 회사가 맡은 게 아니라, 게임 IP와 개발 리소스를 중국 상하이더드림네트워크테크놀로지에 제공하고, 개발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게임"이라며 "중국 정부가 이 점을 고려해 판호를 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는 초기 단계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게임을 개발한 여러 소규모 게임 개발사들이 판호 신청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판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며 "개발은 한국 게임사가 하고, 판매만 중국 배급사를 활용하려는 게임은 판호를 받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됐는데도 정작 게임 기업들은 주가나 투자자 모집 등에 악영향이 있을까 쉬쉬하는 형편이다.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물론 정책당국인 문체부도 제대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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