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새해사업계획 발표
자구안 발표에도 혁신성과 더뎌
전통수주산업 여신 소폭 줄이고
신성장산업·중견기업 지원 강화
자구안 발표에도 혁신성과 더뎌
전통수주산업 여신 소폭 줄이고
신성장산업·중견기업 지원 강화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지난해 연간기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1등급 하락한 C등급을 받기도 했다. 자산 건전성(BIS 비율)은 국제 기준을 간신이 맞추는 수준에서 허덕인다. '뼈를 깎는 심정'이라며 자구안을 지난해 10월 31일 발표했지만 아직 혁신의 성과는 더디기만 하다. 이덕훈 수은 행장의 시름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23일 수은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7년 새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사업 성과도 함께 보고했다.
수은은 지난 상반기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부실 구조조정 여파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93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이를 6800억원 수준으로 줄이기는 했으나 연간 기준 적자는 다시금 증가한 1조원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 수은 창립이래 처음 있는 연간 적자다.
수은은 지난해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한 등급 하락한 C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기관 경고와 함께 기관장 사임 권고를 받는다. C등급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국책은행이라는 수은의 위치를 고려할 때 사실상 '낙제' 수준의 평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31일 발표한 수은 혁신안은 아직 진행 중이다. 결과로 보여줄 만한 것이 아직은 없다. 이 행장도 이날 혁신안 시행에 따른 결과를 별도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혁신안에 따른 부행장 직 축소 등 조직개편을 통해 자구안을 이행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책은행으로써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해운업계에 지원한 거액의 자금은 회수할 길조차 희박하다. 사실상의 혈세 투입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결정한 자금지원이었지만 결과는 수은의 재무건전성 악화였다.
이 행장 역시 이를 강조했다. 그는 "수은은 규모가 크고 투자회수율이 낮은 큰 프로젝트를 계속 감당하고 있다"면서 "금융에서는 큰 위험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을 제일 경계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의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은이 발표한 올해 사업계획에는 조선, 건설 등 전통 수주산업의 여신 규모를 소폭 축소하고 신성장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총 67조원의 여신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 해양, 건설 등 전통 수주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수주 가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춘 '선별적 지원'을 단행하고, 고용 창출 효과 및 산업 연관 효과가 높은 신성장 산업 지원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조선 해운 산업에 대한 엄정한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함께 담았다.
이 행장은 "조선·해운업은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해운은 일종의 '바다의 도로'로 인프라이며 조선 역시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계 1위 위치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분식회계, 방만 경영 등으로 얼룩진 조선 해운 산업이지만 세계적인 불황에 기인한 부분이 큰 만큼 구조조정을 이어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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