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포럼] `연결과 융합`, 미래 키워드 잡아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2302102251607001[1].jpg "[포럼] `연결과 융합`, 미래 키워드 잡아라")
매년 1월 개최되는 글로벌 IT 업계 최대 행사이자 세계 최대의 가전 박람회인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17'이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2014년부터 꾸준히 제시됐던 '융합'과 '연결'의 진화를 보여준 새로운 혁신의 장(場)이었다. 그러나 '융합'과 '연결'의 의미는 단지 전통적인 산업 간 결합만을 제시한 것만이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5G와 같은 신기술이 서로 섞이는가 하면, 서로 다른 업종까지 새롭게 접목시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이른바 산업간 경계 파괴를 통한 혁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가전박람회로 시작했던 CES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주요 테마로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번 CES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연결과 융합이 만들어낸 수많은 가치를 그동안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해왔다. 구글, 네이버 등의 검색 서비스는 사람과 정보를 연결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다. 에어비앤비는 사람과 숙박을, 우버와 카카오택시는 사람과 이동수단을, 소셜 커머스는 사람과 상품을 연결했다.
초보 메이커인 재미교포 1.5세가 만든 핏빗(Fitbit)은 스마트밴드라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더해 심박수 및 운동량 등 피트니스 정보를 스마트폰과 연결해 창업 8년 만에 뉴욕증시 상장 첫날, 시가 총액이 LG전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조8000억원짜리 회사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기업과 기술, 산업의 이종 결합 및 파괴를 통해 경험한 새로운 가치는 인간의 삶의 방식을 뒤바꾸는 혁신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다른 경험과 가치로 거듭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기하급수적으로 진화하는 기술과 혁신 속에서 어떠한 기업도 기술도 산업도 완전히 통합된 하나의 트렌드나 방향을 제시하기 힘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인간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인간(人間)'이라는 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렇게 사회적 구조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인간'인 우리는 일생의 매 순간순간을 직접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의 경험은 인류의 진화에서부터 축적돼 온 것까지 포함한다면 실로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의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설가인 알베르 카뮈는 "경험은 창조할 수 없다. 단지 겪는 것이다"라고 했고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Dewey)는 "경험은 인간을 중심으로 검증되고 변화하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결과를 초래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험'은 단순히 체험하고 존재하는 기술을 사용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양해진 사회 속 환경을, 기술을, 시스템을, 서비스를 경험함으로써 상호작용하고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총체적인 과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고도의 기술 발전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 시스템이 연결, 융합되면서 최근에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개념으로 관심이 더욱 증대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경험의 주체인 인간을 중심으로 사용자인 인간과 시스템, 기계, 서비스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발생하는 모든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컨설팅회사인 IDEO 및 스탠포드대학교 d. school 등은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을 기반으로 전세계 산업 및 실리콘밸리 혁신기업들의 경험과 혁신을 디자인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 과정은 사용자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커넥티비티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더욱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환경은 양적 측면에서 경험의 양을 증폭시킬 수는 있으나, 질적인 부분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경험은 상황과 맥락 속에서 유기체인 인간과 환경 사이에 연결된 관계를 중심으로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서적 만족을 넘어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두 번째로 우리는 관계 속 '공감'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의 권위 있는 경제잡지 '포춘'의 편집장인 제프 콜빈은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원제 Humans Are Underrated)라는 그의 저서에서 앞으로 기계가 대체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다며, 인간이 나아갈 길은 인간의 본인에 기초한 사회적 상호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즉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주고, 같이 기뻐하는 말과 표정을 통해 교감하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공감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아무리 빅데이터가 인간의 의견보다 정확하고 아무리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할지라도 인간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므로 이를 배제하고는 그 가치를 발전시킬 수 없을 것이다. 장례식장을 방문한 로봇으로부터 우리는 그 어떠한 위안도 얻을 수 없을 것이므로…
이전의 100여 년 동안 우리가 해왔던 것보다 지난 10년간 이뤄낸 변화가 더 크고 파괴적이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5년 또는 1년간 이루어질 변화는 앞으로 우리의 삶 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이러한 연결망이 더욱 촘촘해질수록 사람과 기술, 사물 간 융합도, 경험도, 그리고 그에 따른 데이터의 증가도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진화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에 연결된 수십억명의 사람들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네트워크하고 공감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해야 할 때다. 90년대 온라인서점에서 출발해 2017년 지금 전세계 주요 데이터의 수뇌부를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의 말처럼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 게 뭡니까?'라는 물음에 한번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인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변하지 않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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