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성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포럼] 스타트업에 `컴퓨팅 파워` 공급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2002102251607001[1].jpg "[포럼] 스타트업에 `컴퓨팅 파워` 공급하자")
지능정보사회는 인간의 지적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우리가 맞이할 미래사회를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고도화되어 운전자의 편의를 향상시키고, 개인의 유전자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상은 제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며, 이 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한 지원정책과 산업의 생태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능정보사회의 배경에는 인터넷을 통한 빅데이터의 대중화, 저렴한 고성능 하드웨어의 보급, 공개SW를 통한 공유 문화의 확산 등 정보통신기술의 환경변화가 있다. 그 가운데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이 저렴한 하드웨어의 보급이다. 지난 60년간 인공지능의 부침의 역사를 살펴보면 컴퓨팅 환경은 항상 높은 장벽으로 존재해 왔다. 인공지능은 수학적인 수식처럼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이 허락하는 한 모든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의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에서 패턴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이에 필요한 컴퓨팅 환경의 중요성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더 구체적으로 왜 중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성능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 HPC) 분야는 전통적으로 슈퍼컴퓨터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 파생된 학문이다. 슈퍼컴퓨터는 실험이 불가능한 극한 자연현상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부분에 본질적인 역할이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점차 현실적인 문제해결의 도구로 각광받음에 따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HPC 선진국들은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컴퓨팅 환경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와 유럽은 HPC를 플랫폼화해 산학연을 아우르는 연구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인간과 대결하기 위해 개발된 게임인공지능은 이미 슈퍼컴퓨터급 환경을 갖추고 도전했다. 지난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는 개발 당시 세계에서 300위권에 해당하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했다. 알파고가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은 딥러닝으로 이것은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학습하는 방법을 모사한 방법론이다. 알파고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프로바둑 기사의 기보 16만 개를 학습했다. 여기서 딥러닝 알고리즘은 반복적인 수치연산으로 세분화돼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컴퓨터를 여러 대 활용하면 할수록 계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학습기반의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서 컴퓨팅 환경은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과제다.
대국 당시 알파고는 초읽기 30초 동안 10만 개의 착수에 대한 승률을 계산한다고 밝혔다. 이것을 컴퓨터의 계산량으로 환산하면 약 6페타플롭(6천조 번 연산)인데, 알파고는 176개의 그래픽연산처리장치(GPU)를 활용하여 이를 해결했다. 고성능 중앙연산처리장치(CPU) 한 개를 활용하여 6페타플롭 계산을 수행하려면 약 80분이 소요된다. 알파고의 계산량이 단순히 많다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다. 국제적인 동향에서도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컴퓨팅 환경이 필수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그래픽카드 생산 회사인 엔비디아는 딥러닝 전용 하드웨어 DGX-1을 공개했다. 이것은 12년 전의 슈퍼컴퓨터와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지능정보사회의 원천인 인공지능 기술은 글로벌 IT기업과 선진국을 위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이 공개SW의 형태로 공유되는 실정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도구는 이미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계산을 담당할 컴퓨팅 인프라의 보급이 가장 먼저 정책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인공지능 연구의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컴퓨팅 파워를 공급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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