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포럼] 우주개발 `장기적 안목`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1902102251607002[1].jpg "[포럼] 우주개발 `장기적 안목`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이유로 우주개발을 수행한다. 전통적인 이유는 국민적 자긍심 고취, 전략기술 확보, 우주의 기원·타 행성의 생명체 탐색과 같은 과학적 호기심, 인간 활동 영역의 확대 등이다. 이들의 공공적 성격 때문에 민간 보다는 정부가 활동주체가 돼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주개발 패러다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런 변화는 올해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주기술이 단순히 공공적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대될 것이다. 사실 종래에도 우주기술이 타 산업기술로 스핀오프되어 경제성과 연결된 사례는 많다. 전자레인지, 정수기, CT 등 의료기기, 방송통신 등 인류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 기술들이 우주 기술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제는 우주 기술들을 타 산업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NASA는 우주개발을 통한 스핀오프 기술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행하는데 그 분량이 매년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 우주기술이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성장기반기술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위성을 활용한 기술 분야가 증가하고 그 범위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방송, 통신, 내비게이션 등 익히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분야 외에도 농업, 임업, 삼림 모니터링, 홍수 및 가뭄, 병충해 모니터링, 재난관리, 기후변화 예측, 원격교육, 원격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 위성활용 분야의 활성화가 우주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우주 분야의 경제성이 확인되면서 기업체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우주산업 생태계가 성숙한 미국을 중심으로 정부가 수행하던 전통적인 우주 개발 임무에 민간 기업체들의 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참여가 늘자 자연스럽게 우주와 관련되는 새로운 산업 분야가 형성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들과 혁신적인 기술이 우주활동과 접목되면서 우주관광, 우주호텔, 소형위성 군집을 통한 전 지구 통신·인터넷 서비스, 달 및 천체에서의 우주자원 채굴, 우주에서의 인류 거주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산업화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을 관통하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움직임이 우주에도 연결되고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달기지 건설, 인공지능을 활용한 소형군집위성 운영 등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이러한 민간 우주개발주체의 활동과 그들의 아이디어가 약진하는 해가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대기업 또는 벤처기업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우주개발이 끊임없이 시도될 것이다.
미국이 우주산업에서 세계 일류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정부가 미래경쟁력 확보라는 전략을 갖고 1950년대부터 매년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온 밑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의 우주예산은 민·군 합쳐서 약 45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의 우주예산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더 극명하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을 처음 시작한 1989년부터 2016년까지의 총 우주예산을 다 합쳐도 46억 달러 정도다. 미국 정부 우주예산 1년 치의 1/10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우주분야에서도 압축적인 성장에 성공해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제경쟁력을 갖기에 산업생태계가 덜 성숙돼 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우주분야 정책도 미리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우주 리더십의 유지를 통해 21세기 미국에 필요한 기술, 안보 및 일자리를 창출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유인 화성 프로젝트보다 더 확장된 목표로 금세기 말까지 태양계 유인 탐사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우주 분야의 민간참여 확대 및 상업화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정리해 보면 미국은 계속해서 우주에서의 미래경쟁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우주는 이제 미래 선도국가를 결정짓는 분야임이 분명해졌다. 우리도 우주개발에 대한 꾸준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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