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한국경제 `불확실성`서 사는 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1702102351607001[1].jpg "[시론] 한국경제 `불확실성`서 사는 법")
지난 2016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린 경우는 브렉시트 사태뿐만이 아니다. 영국민들의 집단적인 자해행위로 여겨지던 브렉시트 사태에 세계경제가 놀라고 있던 가운데,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 현실이 돼버렸다. 세계정치사에서 가장 선동주의적이고 가장 일관성이 없는 정치구호를 내걸었던 도널트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돼, 세계를 경악시켰다. 거기에 더해 우리 국내적으로는 단군 이래 전체 한국사를 통틀어 가장 기괴하고 엽기적인 청와대발 정치스캔들이 아직 계속 진행 중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엽기적인 사건들이 국내외적으로 동시에 발생하면서 그 충격은 한국경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조선산업, 해운산업을 포함해서 전통적인 주력산업들의 경쟁력상실 및 시장퇴출 압력심화와 현 정부 초기에 추진됐던 투기적 부동산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활성화 정책으로 초래된 심각한 가계부채 부담과 같은 기존에 누적돼왔던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에 전대미문의 정치스캔들이 더해지면서, 한국경제는 가히 회복불능의 위기국면에 처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작년 국회의 대통령 탄핵결정 이후 차기 정권이 결정되기까지 실질적 무정부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최근의 소비침체 및 투자위축 추이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적어도 최근 우리경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1조원을 상회하는 규모의 경기확대를 위한 재정지출확대 계획을 밝혔다. 최근 0%대로 주저앉은 경제성장률과 지속되는 제조업부문의 취업자의 순감소로 실업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하는 등의 심각한 경기침체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경쟁력 상실과 그에 따른 경제전반의 성장동력 상실이라는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결과다. 따라서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역대 최고수준의 재정집행계획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주력산업의 경쟁력상실과 성장동력 상실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경쟁력회복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최근 미래 산업경쟁력의 단초로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IT기업들이 선도하는 첨단산업의 트렌드가 아니라, 전통산업까지 포함하는 모든 산업에 IT기술혁신을 적용해 전체산업의 혁신능력을 제고하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혁명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은,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과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회시스템을 한꺼번에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통신 인프라와 사회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정부의 공공투자다. 그 구체적 사례가 독일정부의 '산업 4.0정책'과 클라우드 기반 산업정책노력이 독일의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을 사물인터넷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신시켰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 등 전통적인 제조업과 IT서비스업간의 경계를 허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오마바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클라우딩 컴퓨팅환경을 미국 기업들이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인프라를 제공하는 정책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1조원을 상회하는 역대 최고수준의 재정집행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독일정부와 미국정부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비록 탄핵 이후 실질적 무정부상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그나마 정년이 보장된 직업관료제도가 있다는 것이 큰 제도적 보험이다. 정년이 보장된 직업관료들은 철새정치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다.
만약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우리경제의 회생을 위해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책노력에 올인해야 할 시점에 경제관료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다면, 그들의 철밥통이 보장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치가 붕괴된 지금이야말로, 최소한도의 직업적 사명감을 가진 경제관료들이, 눈가림용 재정지출이 아니라, 산업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는 정책노력을 통해, 직업관료제의 효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패정치인을 쫓아내는 촛불이 복지부동하고 있는 무능관료들을 용납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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