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ㆍ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시론] `가짜 뉴스`가 몰려온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0602102351607002[1].jpg "[시론] `가짜 뉴스`가 몰려온다")
인터넷으로가장 큰 변화를 겪은 산업 중에 하나가 미디어다. 한 도시에 한 두개의 종이 신문과 몇 개의 TV채널에 만족하던 시대에서 헤아릴 수 없는 디지털 미디어가 출현했고 우리는 지금 미디어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정보의 자유롭고 풍부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만큼 정보홍수와 그에 따르는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최근에 세계적으로 큰 투표를 치르면서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의 투표와, 미국 대선, 그리고 최근 치러진 이탈리아의 개헌에 관한 신임투표 등은 선거결과와 여론조사간에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부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은 당연히 부결될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후회와 함께 빗나간 여론조사를 비난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틀리는 이유에 대한 많은 설명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폰의 보급을 들고 있다. 유선전화의 비중이 급격히 축소되고 스마트 폰으로 이동한 동시에 사용자들은 누구로부터 걸려오는 것인지를 사전에 알고 전화를 받는 세상이 되어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매우 낮은 뿐만 아니라 편향돼 있다는 것이다. 소위 수줍은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국회의원 선거 결과도 이 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번째 문제는 사이버 보안의 문제다. 미국 대선의 결과는 러시아와 해킹 그룹에 의한 민주당 힐러리 캠프의 이메일 해킹과 폭로로 인해 크게 흔들렸다. 한 나라의 최고통치권자를 뽑는 결과가 적대국이나 해킹 그룹에 의해 좌우된다면 이것처럼 민주주의와 주권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관행과 제도가 오랜 세월 동안 정착해온 선진국과 달리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북한에 의해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물론 선거결과의 승복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따라서 선거참여자들의 온라인 보안의식과 지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세번째 문제로 드러난 것은 미디어의 진실과 중립성의 문제다. 오늘날 뉴스와 소식은 신문을 통해서라기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더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의 트위터에 의한 선거 운동의 승리는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선 결과에 불만인 많은 유권자들이 페이스북이 도날드 트럼프에게 유리한 거짓 뉴스를 전파한 사실에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여론의 압력에 의해 페이스북은 거짓 정보를 억제하는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의 최순실사태를 통해서도 검증되지 않는 루머나 소식들이 여과 없이 일반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파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정통미디어 사업체들은 아직도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룰을 지키지 않고 있다. 언론의 보도는 그 진실성이 보장됐거나 사실을 가능성일 신뢰한 만한 취재원일 경우만 보도하고 반대자들의 반론권을 반드시 보장하고 확인하는 기본적인 절차 없이 뉴스가 생성되고 있다. 즉 다른 나라에서 전문 미디어에 의한 검증과 여과의 장치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미해 일반인이 생성하는 소셜미디어의 소식과 뉴스미디어의 소식이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는 김대업의 병풍조작이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억대 미용 치료 등 거짓정보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고 민의를 왜곡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반면에 작금의 대통령 탄핵은 선거에서 후보자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은 2년간의 선거운동기간을 통해 진행됨에도 일부 거짓 뉴스가 걸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선거운동기간이 매우 짧고 다음 대선은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라서는 극도로 짧은 기간 동안 펼쳐질 공산이 커졌다. 따라서 우리가 초연결 미디어 시대에 맞는 미디어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으려면, 우선 규제로 거짓정보를 막을 수 없다면, 선거법을 개정해서 운동원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허용하고 반론권을 철저히 보장해 시장의 자율 정화 기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언론은 저널리즘의 속도의 유혹에서 벗어나서 진실을 보도하고 검증하는 본래의 사명에 충실하겠다는 직업윤리도 포함된다. 물론 페이스북처럼 언론의 소비가 대부분 이뤄지는 포탈의 거짓 정보의 분리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그보다 더 유권자들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확대재생산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가려서 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렇지 못하면 이 비상한 시국에 온라인 미디어는 다음 대선에서 또 한번의 불행한 리더를 선택하게 만드는 흉기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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