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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다시 `디지로그`를 생각한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입력: 2017-01-03 17:05
[2017년 01월 04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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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다시 `디지로그`를 생각한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애플 컴퓨터의 로고는 입으로 반쯤 저며 먹은 모양을 하고 있고 실리콘 밸리의 마돈나 킴 폴리제는 인터넷 쌍방향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그 이름을 커피 브랜드인 '자바'에서 따다 붙였다. PC방을 인터넷 카페라고 부르는 것처럼 모두가 먹을 수 없는 디지털 미디어에 미각 이미지를 보완하려는 고육지책의 산물이다. 정보사회에서 '미각'은 디지털화할 수 없는 최후의 아날로그적 감각과 그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가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이어령 교수가 2005년 한 신문에 쓴 글의 일부다. 그는 '먹는다'는 말을 통해 디지털화될 수 없는 인간의 아날로그적 미각을 강조하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되는 '디지로그'야말로 미래를 읽는 키워드라고 말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디지로그'는 현재가 됐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세계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다. 사이버와 물리가 통합되는 세상을 뜻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트렌드를 가리키는 O2O(Online to Offline)도 결국 같은 현상을 말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은 더 이상 이항대립물이 될 수 없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된다고 아날로그 세상이 사라지지는 않으며,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도 없다. 융합과 통합으로 서로를 보완하는 디지로그 세상이 돼야 한다.

디지털 세상은 0과 1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모든 정보는 0 아니면 1, 둘 중의 하나로 처리된다. 무한히 많은 0과 무한히 많은 1이 존재할 뿐이다. 반면 아날로그 세상에는 0과 1만 있는 것이 아니다. 0과 1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수가 있다. 0.1, 0.234, 0.00567 등 무한히 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디지털은 양자택일이지만, 아날로그는 무한대의 선택지를 갖고 있다. 디지털은 반드시 0과 1중 한 가지를 취해야 하므로 어찌 보면 흑백논리가 될 수 있다. 디지털의 논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양자택일을 요구한다. 둘 중 하나를 택할 때는 극단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여러 개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에 결정장애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는 그렇지 않다. 현실 세상에서는 흑과 백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회색이 존재해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해 준다. 인간의 감성이나 문화는 결코 양자택일의 디지털이 될 수 없다. 미래에는 디지털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온라인, 사이버는 자기완결적인 세상이 될 수 없다. 디지털에 기반하고 있는 기계화는 편리함과 함께 더 많은 문명의 이기를 가져다 줄 것이지만 본질적 한계가 존재한다. 0과 1사이 디지털의 공백은 다양한 가능성의 아날로그가 메꿔 주어야 한다.

최근 미래 트렌드를 다룬 어느 콘퍼런스에서 '2017년이 되면 인공지능을 탑재한 가정용 셰프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접한 적이 있다. 팀 앤더슨이라는 유명한 셰프의 레시피와 요리과정을 학습해 2천여 가지의 요리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셰프를 개발 중인데, 2017년이면 1만 5천 달러에 시판할 예정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인공지능 셰프가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정에서 인공지능 셰프를 구입하고, 수많은 셰프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표준화된 디지털 레시피가 인간 개개인의 섬세한 아날로그적 미각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레시피를 2천 개가 아니라 2만 개로 업그레이드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존재 방식과 본질이 서로 다르다. 한 쪽이 한 쪽을 대체할 수는 없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분단이나 양극화가 아니라 수렴과 융합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지향하고, 아날로그는 디지털에 기반해야 한다. 새는 한 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 양 날개를 함께 움직여야만 날아간다. 우리가 살아갈 제4차 산업혁명 세상도 마찬가지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양 날개를 함께 움직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유년 새해, 다시 우리가 디지로그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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