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증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작은 면적에 많은 데이터를 넣을 수 있는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체 간 치킨게임이 격화할 조짐이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스마트폰을 비롯해 IT기기의 저장장치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중 3D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적층해 저장용량을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 평면 방식보다 더 많은 용량의 셀을 저장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도 높아진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D 제품의 비중은 조만간 5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2013년 24단(1세대), 2014년 32단(2세대), 2015년 48단(3세대), 올해 4분기 64단(4세대)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단일 라인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공장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4세대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낸드플래시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삼성전자를 뒤쫓고 있다. 충북 청주에 공장 골조와 클린룸을 만드는 데에만 2조2000억원을 투입해 3D 낸드플래시 전용설비를 구축한다. 제조장비까지 완비하면 15조원 안팎을 투자한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이천공장 M14 상층 라인에서도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72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해외 업체들도 낸드플래시 양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2위인 일본 도시바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8000억엔(한화 8조원)을 투자키로 하며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도시바는 일본 시가현 요카이치에 3D 낸드플래시 설비를 대대적으로 증설키로 하고 내년 2월 팹(반도체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64단 낸드 양산을 공식화한 도시바는 빅스(BiCS) 플래시 공장으로 명명한 이곳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해 삼성 추격전에 속도를 높일 전략이다.
3위인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도 내년 상반기에 64단 제품을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론 역시 싱가포르에 3D 낸드플래시 전용설비를 깔기로 했다. 마이크론은 싱가포르 2D 낸드플래시 공장인 10X를 3D 전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인텔도 중국 다롄공장을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개조해 증설 경쟁에 합류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6.6%, 도시바 19.8%, 웨스턴디지털 17.1%, SK하이닉스 10.4%, 마이크론 9.8% 순이다. 지난해 823억GB이던 낸드플래시 시장은 오는 2020년 5084GB까지 커지는 등 연평균성장률이 44% 달할 것으로 IHS는 예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반도체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공장을 짓고 장비를 들이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과 투입된다"며 "시장상황과 수요를 감안해 생산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