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발견·알파고 대국…`4차 산업혁명` 화두

국내학자 참여 LIGO 연구단, 100년만에 중력파 관측 성공
세기의 대결로 AI 열풍 불구… AIRI 등 졸속 추진 아쉬움
국산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 삶의 질 높일 새 에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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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발견·알파고 대국…`4차 산업혁명` 화두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에 위치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주제어실 전경.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LIGO연구단은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한 '중력에 따른 시공간의 물결'인 중력파를 100년 만에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 2016 결산 과학기술 (하)

2016년은 대한민국을 통째로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북한 핵실험 등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일들이 많은 한 해였다. 정치·경제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도 묵묵히 연구실을 지킨 과학기술자들 덕분에 시민들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한국 연구진도 참여한 세기의 발견 '중력파'=지난 2월 11일, 미국, 독일, 일본 등 15개국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연구단은 지구에서 13억 광년 거리에서 두 개의 거대한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만들어낸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한 '중력에 따른 시공간의 물결'인 중력파를 100년 만에 검증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이 연구에는 한국 과학자들도 참여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형목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국내 5개 대학과 2개 국가출연연구소 소속 20여 명의 연구자로 이뤄진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은 지난 2009년부터 LSC의 중력파 검출 연구에 참여해왔다. 이들은 변변한 지원도 없이 오직 호기심과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역사적인 발견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6월 16일 LIGO 연구단은 지구에서 14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또 한 번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3개월 만에 중력파 관측에 잇달아 성공함에 따라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천체 등을 관측하는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력파로는 기존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폭발하는 초신성 현상 등을 측정할 수 있게 되고, 우주의 탄생에 대한 비밀도 풀 수 있을 전망이다.

◇AI의 무한 가능성 보여준 '알파고' =지난 3월 9일 한국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국'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경기 전만 해도 아무리 컴퓨터 성능이 높아져도 고도의 두뇌 싸움인 바둑에서 세계 최정상급의 고수를 이기는 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186수 만에 알파고가 충격적인 첫 승을 거뒀다. 이어지는 대국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완승을 거두자 세계는 '알파고 쇼크'에 빠졌다. 사람들은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준 인공지능에 대해 경이로움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사이언스는 "올해 AI는 알파고를 통해 중요한 반환점을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알파고를 통해 한국은 AI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눈 앞에 다가온 현실이며, AI를 중심으로 한 지능정보기술이 산업과 결합하는 '4차 산업혁명' 대비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알파고 쇼크 이후 민간에서는 AI가 금융과 의료, 생활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빠르게 침투하기 시작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불확실성만 키워 아쉬움을 샀다. AI 등 9대 전략기술 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국가전략프로젝트'는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인한 직무 정지로 동력을 잃었고, 민간 주도로 AI 기술과 산업 확산을 위해 설립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은 연구원도 확보하지 못한 기관에 정부 과제를 몰아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졸속 추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AIRI는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 청와대와 미래부가 개입해 대기업을 억지로 참여시켰다는 의혹을 받으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미르재단'이란 오명을 썼다.

◇'삶의 질' 높일 연구 집중=올해도 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한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이 계속됐다. 세계 197개국 대표들이 참여해 만든 새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이 11월 4일 공식 발효된 가운데, 국내에선 세계 최고 효율을 지닌 유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원천기술 개발과,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미래 에너지원인 핵융합 발전 연구장치 'KSTAR'의 세계 최장시간 플라즈마 운전 기록 등 미래 청정에너지 시대를 열 성과들이 나왔다.

고령화 시대에 가장 고통스런 질병으로 꼽히는 치매를 조기에 진단·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올해 초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만의 유전적 특성을 완벽에 가깝게 해독한 '한국인 유전체 지도'를 완성해 각 개인 체질에 맞춘 신약 개발 등 미래 정밀의료 시대를 열 기반을 마련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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